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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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 20:35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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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즉 남북통일 기원미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이미 아시고 계시겠지만 저의 사제 서품 기념일이기도 하지요.

많은 신자분들로부터 축하의 인사를 받았습니다.

이래저래 저는 복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서품을 희년인 2000년도에 받았으니

해마다 서품 몇 주년이 되는지 쉽게 알 수 있고,

6월 25일이라는 날짜는 한국인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니

기억하기가 참 쉽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서품 기념일이라는 느낌보다

여전히 분단 상황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날이라는

인식이 더 강합니다.

사제 서품은 아직 은경축도 되지 않았으니

여전히 젊은 신부 쪽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직 서품 10년 차가 되지 않은 신부님들에게

저는 이른 바 꼰대신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는 젊은 신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젊다는 건 마음의 열정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언젠가도 이야기를 드렸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신부님이시건

“그거 이미 다 해봤어. 그런데 잘 안 돼. 그러니 그거 하지 마.”라고

단정적으로 후배 신부님에게 이야기를 건네시는 신부님들은

모두 꼰대신부님이시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당신도 젊었을 때는 열정을 가지고 많은 시도를 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대로 쉽게 되지 않아서 좌절을 겪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젊은 신부에게

충고 삼아 이야기를 하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씀을 하시기보다는

“한 번 해봐.

그게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실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정적인 어조보다는 오히려 용기를 북돋워주는 그런 이야기가

좀 더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그때와는 또 다른 환경일 수도 있으니

어쩌면 그때는 잘 안 되었지만 지금은 잘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아직 은경축에도 도달하지 않았으니 저는 아직 젊습니다.

수사님들이나 수녀님들도 첫 서원을 하고 나서 종신 서원에 이르러서야

무언가에 도달한 느낌을 가지는 것처럼

저 역시 은경축까지는 아직 풋내기 사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축하를 받으면서도 괜시리 부끄러워지더군요.

더군다나 6월 25일은 축하만 받고 있기에는 조금 무거운 날이기도 합니다.

전쟁의 아픔, 상처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그런 날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전쟁의 참상과 전쟁 후의 가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게 얼마나 혹독한 일이었는지는 글을 통해서만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전쟁이라는 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아픔과 상처를 또 다시 남겨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 즉 기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 개인으로 보았을 때는 기쁜 날이지만

이날 더 기도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존재하는 날입니다.

예전보다는 그래도 조금씩조금씩

서로 화해라는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단절된 것보다 때로는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또 다시 좌절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서로 다가갈 수 있다면

화해의 분위기는 언젠가는 찾아 올 거라 희망합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그것이 하나되기를 원하셨던 예수님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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