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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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부님/// 무더위에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세속에 찌들려만 가는 저 모습을 보다가 신부님의 글을 보면 새 힘이 솟아납니다.
저도 이전에 성령묵상회 다녀온이후 며칠은 너무 기쁘고 즐거운 부활의 삶을 살았다고 자부
할때도 있었지요.. 계속 되면 좋았을 텐데...
신부님 ... 정말 신부님은 특이하신 분이신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꼭 빼닮은것 같아요...우리의
헛점도
너무나 예리하게 파악하고 계시는것 같구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우리가 자주 바치는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라든가 죽은이를 위한
연미사라든가 심지어 장례식장에서 올리는 연도는 어떤 의미로 해야하며 과연 연옥은 누가
어떻게 가는건지, 죽은 후의 인간 영혼은 의미가 없다면 죽은 영혼을 위한 기도는 아무 의미
가 없는게 아닌지요, 신부님 글을 쬐끔 잘못 이해하면 돌아가신 성인들을 부르며 바치는 기도
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 같은데요 신부님은 죽은 영혼에대해 바치는 기도와
연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바쁘신 와중에도
이 우매한 신자들을 깨우쳐 주십시오.
감사 감사드립니다.
(미카엘)

나의 답변

오늘날처럼 문명이 깬 시대에 연옥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요구한다. 그렇
지만 오늘날도 연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오늘날도 지옥과 천국에 대해 이
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맞물린다. 천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마땅히 지옥에 대
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같은 이유로 연옥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연
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연옥을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는 어떤 공
간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는 예수의 복음을 전하면서, 세상에 대하여 신뢰할 것을 요구
하지만 또한 세상이 그만큼 ‘신뢰할 만한 곳이 못 된다’는 것도 체험한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남에게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기심과 욕심과도 밀접한 관계
가 있다는 것도 안다. 연옥은 이 욕심을 정화하는 것과 관련해서 이해 할 수 있다. 그런 한
인간은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른다고 할 수 있겠다. 내 안에 있는 이기심의 찌꺼기를 완전히
소제하지 않으면 하느님께 이를 수 없다. 이렇게 자기 정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연옥에 대
한 이야기는 당연한 것이다. 연옥은 정화소(淨化所)이다

우리 존재의 밑바닥에 깔린 이기심을 정화한다는 것은 거짓된 자아에서 떨어져 나오는 일인
데, 자기에게서 떨어지는 이 행위는 인간으로 하여금 해산의 고통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 의
미에서 인간이 자기가 처한 현실에서 겪는 고통은 벌써 이 정화 작업의 시작을 알려 준다. 만
일 고통에 이런 정화적 가치가 없다면 그것은 순전히 무의미한 것이요, 추문에 불과한 것이리
라.

지옥에서 영벌을 주는 불이나, 연옥에서 정화하는 불이나, 하늘에서 복을 내리는 불은 사실
모두 같은 불이다. 하느님은 변함이 없으시고 사랑의 불길은 한결같기 때문이다. 변함없고 무
한한 사랑 앞에서 다른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가 사랑에 반대되면 하느님의 불은 우리를
고문한다. 우리가 정화될 수 있을 때 그 불은 우리를 정화시킨다. 우리가 하느님과 결합하면
그 불은 우리를 복되게 한다. 연옥은 우리에게 가해진 고통, 싸워보려 해도 이겨낼 수 없는
그런 고통이 아니다. 단테는 연옥편에서 시인으로 하여금 이렇게 노래하게 한다.

독자여 하느님이 어떻게 빚이 갚아지기를
원하시는지 들어보고 그대의 착한
뜻을 행여 버리자나 말지니

마음을 고난의 형태에 두지 말고 그
끝을 생각하라 제 아무리 모진 것이어도
위대한 선고 너머까지 갈 수 없음을 생각하라.(10曲 106-109)

연옥은 고통의 끝을 생각하며 희망을 가지고 지금의 고통을 정화하는 곳이다. 연옥의 고통
은 하느님의 현존을 마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내하는 고통이다. 연옥은 자발적 고통이기
때문에 피하고자 할 이유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기쁨이기도 한 고통이다. 제노아의 성녀 가
타리나는 이렇게 말한다. “하늘 나라의 기쁨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것도 연옥의 기쁨에 견줄
수 없다. 정화하는 사랑의 불에 타면 탈수록 더욱더 순수해져서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기 때
문이다.”

사랑으로 고통을 겪을 때, 우리 안에 연옥이 이미 시작된다. 연옥은 우리로 하여금 타인들에
대한 순수한 관계이신 하느님처럼 존재할 수 있게 해준다. 연옥의 이 신비를 클로델은 이렇게
노래한다. “우리를 위해 빌어주시오. 우리의 고통이 줄어들게 해주시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커져서 마침내 우리 안에 있는 악과 이 가증스런 저항이 끝장나도록.”

죽은 이를 위한 기도

그리스도인은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한다. 때로는 아무도 돌보아주지 않는 불쌍한 연옥 영
혼을 위하여 기도한다. 하지만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도 마치 연옥 영혼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우리가 기도를 해주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이다. 죽은 성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하고 기도하는 죽은 이를 위한 기도문에서 볼 수 있듯이,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는 그들이 잘 되게 해달라고 우리 살아 있는 이들이 하느님께 청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죽은 그들이 살아 있는 우리들을 위하여 기도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그들의 삶을 마감하였다. 살아 있는 우리들의 기도가 더 이상 그들의 삶을 바꿔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죽은 그들이 영원한 행복을 누릴 것을 믿는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을 위
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 있는 우리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그렇게 기도
하는 것은 그들이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하여' 죽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우리들의
후손을 위하여 기도하며 사는 것처럼 그들도 그들의 후손인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며 살았다
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들의 후손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 헛된 것이 아니기를
바라듯이, 우리를 위한 그들의 기도가 또한 헛된 것이 아님을 우리는 믿는다. 이 바람과 믿음
이 우리의 기도에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기도에서 죽은 이와 산 이 그리고 아직 태
어나지 않은 이들이 기묘하게 서로 만난다.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는 결코 죽은 이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바로 살아 있는 이를 위한 기도다.

참고서적: 프랑수아 바리용 신부의 「믿는 기쁨, 사는 기쁨」(4권). 생활성서사, 2000.
               이제민, 내가 예수를 믿는 이유는, 바오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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