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 있는 시선

by 박철현 posted Mar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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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부님과 함께 두 명이서만 미사를 봉헌하는 두 번째 주일입니다.

평일미사의 경우에는 저와 조신부님이 따로 미사를 봉헌하기 때문에

혼자서 봉헌하는 미사이지만

주일미사만큼은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일은 아직도 몇 주일 더 계속될 예정입니다.

독일의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져서

‘외출금지령’까지 나올지 모른다고 하니 걱정이긴 합니다.

주일미사를 온라인으로 함께 하시는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지난주일과 이번 주일 복음은 꽤나 긴 복음에 속합니다.

그래서 짧은 복음 버전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주에는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

그리고 이번 주에는 예수님과 눈먼 사람과의 만남에 관한 내용입니다.

눈먼 사람을 치유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오늘 복음 말고도 등장하지만

눈먼 사람을 보게 해주신 예수님과

거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과의 논쟁 때문에 복음은 더욱 길어집니다.

당시 사람들은 조상이나 가족들 중에 누군가 죄를 지으면

장애를 안고 태어난다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관념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예수님에 따르면 그건 하느님의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곤궁한 처지를 바꾸어 놓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바로 그런 하느님의 모습을

예수님께서는 치유를 통해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그걸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식일의 규정을 어기고,

진흙을 개어 눈먼 사람의 눈에 바르는 노동의 행위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눈먼 사람에게 압박을 가합니다.

좋은 일을 보아도 좋은 일로 보지 못하는 건

그 사람들의 마음이 꽉 닫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좋은 모습을 봐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꼭 토를 다는 사람들.

그런데 그건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빈정거림입니다.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그 사람들은 눈이 멀었던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도

궁색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그에게 욕설을 퍼붓습니다.

자신 안에 사로잡혀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복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열려 있는 시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한

사순시기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