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고

by 박철현 posted Feb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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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일요일은 새벽이 되어야 집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일찍 시작되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늦게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일어나면 대개 10시를 훌쩍 넘기고 있을 때도 많습니다.

어제 우연히 오늘 오후부터 태풍이 불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확실히 오후가 되니 바람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미사 때는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어제 오스나브뤼크도 많이 안 나오셨는데

오늘 함부르크 미사에도 안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여기도 아프신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아니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요.

한국에는 스물일곱 번째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던데

오늘 공지사항을 보니 독일에도 아래 지방에만 국한되었던 감염자가

브레멘과 괴팅겐에 의심 환자가 생겼다고 되어 있더군요.

확실히 바이러스의 감염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럴 때는 집안에서 지내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파서 나오지 못하는 분들은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지만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청년회 소공동체 모임 때도 평소보다 적은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습니다.

사실 생각보다는 더 많은 청년들이 함부르크에는 있습니다.

그런데 규칙적으로 성당에 나오기보다는

그렇지 못한 청년들이 더 많습니다.

아마도 학업이나 일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신앙이 제 삶의 모든 것이기 때문에 신부가 된 것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필요할 때 성당을 찾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어

성당에 오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각자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때문에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분들을 보면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애초부터 신앙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이 뭔가 소중한 것을 선물해 주는 게 아니라

의무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 대부분 신앙생활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그게 정말 의무나 책임 같은 게 아닌데

그 사실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재미라도 있어야 할 텐데

아직까지 제가 그런 재미를 전해줄 능력까지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게 저의 한계인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바람소리는 거칩니다.

아무튼 태풍이 큰 피해를 입히지 않고 지나가기를 기도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