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성인

by 박철현 posted Oct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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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입니다.

어렸을 적에 본 프랑코 제피렐리의 영화,

성 프란체스코(1972년 작품)의 감동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부유한 포목상의 아들이었던 프란치스코 성인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입고 있던 모든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자연을 향해 나아가는 그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미키 루크라는 배우가 프란치스코를 연기한 영화도 있지요.

아무튼 교회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이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던 그 시기에

프란치스코 성인은 세상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성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대에 프란치스코 성인 같은 성인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교회가 지금 위기라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건 프란치스코 성인이 나올 만큼은

교회가 부패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신부님들 숫자가 줄어들고, 신자들도 감소하고 있지만

그런대로 열심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세상에 깊은 울림을 줄 만큼 성인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물론 교회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교회에 대한 신뢰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신앙적으로나 삶으로나 열심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을 단숨에 휘어잡을 만한 성인은

아직은 등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 더 힘든 상황이 되면

그때에는 정말 프란치스코 같은 성인이 또 다시 등장하여

교회를 이끌어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함께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난의 영성은

그 영화를 봤을 때 굉장한 여운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참 오래 전의 일인데도 부분적으로 기억을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지금의 교황님께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정하신 것도

분명히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본받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겠지요.

예수회 출신이신 교황님께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하신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황님의 행보를 보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이름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가난을 추구하던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지금은 어느 수도회보다도 부유한 수도회라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수도회 서원을 하시는 수사님들은 가난 서원을 하는데

교구 신부님들은 가난 서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 혹시 알고 계십니까?

정결, 순명, 가난 서원을 하는 수도원 서원에 비해서

교구 신부님들은 정결과 순명 서약만 합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교구신부님들은 세상 안에서 살아가면서

신자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기 때문에

가난하고 궁색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가난이라는 건

이미 신부로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굳이 서약을 하지 않더라도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교구사제들은 가난 서약을 따로 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래서일까요?

교구사제들이 성인이 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아무튼 가난하다고 해서 궁색하게 살거나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것조차 없이 사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삶,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프란치스코 성인만큼은 아니겠지만

하느님을 우선순위에 두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