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기

by 박철현 posted Oct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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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밤에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교구 서버가 다운이 되었는지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새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시간이었으니

교구에서 복구하는 일도 할 수 없었겠지요.

그 덕분에 어제는 글을 써 놓고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다시 꾸준히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며칠도 지나지 않아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살다 보면 자신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만나곤 합니다.

그럴 때 마음은 안타깝지만 그것을 과감하게 내려놓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만일 제가 어떤 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저는 그것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그분을 만나 사과를 합니다.

그런데 그분은 그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없습니다.

두 번째도 사과를 하지만 그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세 번째도 노력을 하지만 그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저에게는 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그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 건 그분의 일이지 저의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마음은 아쉽지만 저는 내려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 사과를 받아주지 않지?’ 하고 계속 고민하고 있어봐야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숙일 수 있을 만큼 숙였는데 여전히 화해의 문턱이 턱없이 낮다면

거기에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에게는 자꾸만 미련이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미련이라는 녀석은

사람의 마음을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드는 족쇄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족쇄에 묶여버리게 되면

더 이상 나아가지도 되돌아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될 수 있게 되고,

또 그것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어긋나 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내려놓기를 해야 합니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굳이 내가 그것에 대해 전전긍긍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 자체는 내려놓고

오히려 내가 열정을 지니고 하는 일에 좀 더 매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련이 남을수록 내 신경 자체는 거기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려놓을 때를 알아야 하고, 내려놓기를 잘 해야 하며,

일단 내려놓았다면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깊이 고민하고 아파합니다.

때로는 단순함이 필요합니다.

너무 깊이 고민하지 않고 현재의 삶에 보다 충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럴 때,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하느님께서 은총을 주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살아가는 삶 자체가 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