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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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20:49

혼자 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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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신부는 혼자 사는 일에 익숙해지는 모양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며칠을 지냈는데

어머니에게도 저에게도 불편한 부분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어머니는 발을 다쳐 오셨기 때문에

당분간은 바깥출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조카와 그 친구야 아직 젊으니 자기네들끼리 다녀도 큰 불편함이 없고,

집에는 저녁때가 다 되어서 오면 되니

얼굴을 맞대야 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니 크게 불편한 건 없는데

어머니와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 눈에는 아들의 모습이 미덥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부모님의 눈에 자녀들은 늘 어린 아이로 비춰질 때가 많습니다.

이미 장성하고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천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게 때로는 잔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부모님들은 걱정이 되어서 하는 이야기이겠지만

그것을 듣고 있는 자녀들은 괜한 걱정을 한다고 투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

그런 구조가 부모님과 자녀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도 역시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따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의견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어머니와 부딪치는 일은 예전에 비해선 거의 없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모두 절제의 덕을 어느 정도 쌓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는 발이라도 괜찮으면

여기저기 산책을 하시면서 시간을 보내시면 될 텐데

실밥을 풀기 전까지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사제관 안이 감옥 같은 곳이 되겠지요.

실밥을 풀고 나면 상황은 좀 더 나아질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제가 호강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가까운 마트 정도만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저도

어느 새 혼자서 살아가는 삶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각 교구마다 은퇴 사제관을 건립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 교구 역시 그런 논의가 있었지만

계획할 때부터 신부님들의 반대에 직면하게 되어 그 계획은 무산되었습니다.

그 계획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가

은퇴 사제관을 만들어도 신부님들이 은퇴하면 거기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혼자서 사는 삶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는 터라

같은 신부님들이 살고 있는 곳조차도 가지 않으려는 신부님들의 성향 때문에

이미 은퇴 사제관을 만든 다른 교구에서도

신부님들이 들어오지 않아 비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교구의 경우에는

은퇴한 신부님들 대부분은 아파트에서 독립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농촌에다 사제관을 마련해서

거기서 채소도 심으며 살아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도시의 아파트를 더 선호하십니다.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이 독립성이 보장되고,

굳이 교류하지 않고서도 살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들이 은퇴할 즈음에는 그런 아파트조차 보장되지 않아서

결국 공동숙소로 들어갈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점점 더 혼자 사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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