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by 박철현 posted Jul 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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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어머니와 외조카, 그리고 외조카의 여자 친구가

함부르크에 도착한 이후로 사실 제가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일이 멈추어 버렸습니다.

사실 밤에는 글을 남길 여유도 있었고, 하루의 삶을 되돌아볼 수도 있었는데

괜시리 바쁜 척 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작년에 오셨을 때,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오셨었는데

이번에는 발을 꿰맨 채로 오셨습니다.

아무래도 함부르크와는 인연이 별로 없나 봅니다.

어머니는 그래서 당분간은 바깥으로 나가실 수가 없습니다.

함부르크에 와서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조금 갑갑함도 느끼시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 있는 동안 꿰맨 곳의 실밥도 풀어야 하는데

여기는 간호사였던 분들이 많으시니 저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머니가 집에만 계셔야 하니 그게 조금 곤란한 상황이긴 합니다.

외조카야 젊으니 여자 친구와 함께 여기저기 알아서 다니면 될 테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습니다.

아무튼 가족들이 왔지만 제가 할 일은 많이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평소와 다름없이 지냅니다.

요즘 날씨는 여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서늘한 편입니다.

그래서 길거리를 가다 보면 짧은 팔에서부터 점퍼를 입은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요즘의 날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날씨가 감기에 걸리기엔 딱 좋은 날씨이겠지요.

아무튼 덥지 않아서 좋긴 한데 한국에서 온 분들은 춥다고 하니 그러려니 합니다.

어머니는 한 달 정도 머무실 예정입니다.

작년에는 3주 정도밖에 있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한 주가 더 늘어난 셈입니다.

그렇지만 그 먼 거리를 온 것에 비하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닐 테지요.

사실 저는 가족들에게는 그리 정이 깊지는 못한 편입니다.

친척들과는 왕래가 끊어진 지 오래 되었고,

어머니와 하나 있는 여동생 가족들에게도 그리 살뜰하지 못합니다.

어떤 신부님들은 가족들에 대한 정이 깊어서

모든 일에 있어서 가족들을 우선순위에 두기도 하시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잘 하지는 못합니다.

아무래도 저에게 우선순위가 예수님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저의 성격을 가족들은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도 저에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손도손한 모습을 보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각자 삶의 자리에서 충실하기를 기도하는 일 만큼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확실히 사람들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참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하면서

가족들에게는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

저도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런 성격의 단점을 잘 알고 있지만

그걸 쉽게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아무튼 요즘에는 혼자 있던 집이 조금은 시끌벅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