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by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 posted Feb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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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거룩한 재의 수요일입니다.

모든 것을 놓을 수 있는 사순이 되시길 아침기도에 손을 모읍니다.

본당에 참으로 많은 주인들이 있습니다. 한인본당 공동체를 세웠다는 분들도 많고, 구역에

터줏대감이라는 분들도 많고, 본당을 지키고 있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순을 시작하며 요한 복음 3.30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우리의, 나의, 본당의 주인은 "주님"이십니다. 내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에게는 주님이

계실 자리가, 이웃이 숨 쉴 자리가 없습니다.

겸손의 신앙을 사순에 청하며 재의 수요일에 "재"에 대해서 묵상합니다.


"재". 불에 타면 남는 재. 재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재는 그냥 먼지로 날아가

버립니다. 재는 허무함입니다. 아무리 큰 건물도, 아무리 건강하고 유명한 사람도 무너지고

죽기 마련이며, 결국 재가 되고 맙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오늘,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습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재와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회적으로 출세하고 사업이 날로

번창해지기만을 바라는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재와 같이 되고 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우칩니다. 이런 깨달음은 놀랍게도 우리를 하느님께 인도합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스스로 재가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권력을 추구하고, 재물을 모으며,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려는 욕심과 유혹을 불로 태우고,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찾고 온전히 실행하셨습니

다. 예수님은 자기 자신을 성령의 불에 내던지셨던 겁니다. 권력층들의 온갖 위협과 협박에도 두

려워하지 않고 참 하느님, 참 인간만을 찾고 추구하신 예수님. 그 결과 예수님이 맞이하신 것은

치욕적인 죽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죽음을 통하여 철저하게 재로 산화하심으로써 예수님

은 자신의 사명을 다하시고 모든 이들의 구세주가 되셨습니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고 그 고난에 함께 참여하는 시기입니다. 우리 스스로도 성령

의 불에 태워져 예수님을 뒤따르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때가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