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국 이야기

by 최한우 바오로 posted Dec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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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국을 끓였습니다.
1년동안 수고하신 자매님들의 수고를 위로하는 뜻에서 이번 미사의 나눔의 잔치는 형제님들이
음식과 부엌의 모든 일을 맡기로 하였는데, 저는 꿩국을 끓이기로 한 것입니다.
1마리에 9,50유로..두 마리를 미리 사 두었었지요.젊은 시절 같으면 <그 것 한 마리 값으로 닭을
샀으면 두 마리는 사고도 남겠구만..>라고 궁시렁거렸을 아내도 이제는 내가 꿩국을 끓이는 날은 은근히 그 맛을 기다리는 눈치이기도 합니다.그 세월에 어느사이 입맛이 길들여진 탓이지요.

해마다 11월이 되면 사냥꾼들의 산탄에 맞은 꿩이 주말 장터에 나옵니다.인간들의 계산과 이익을 위해서 야생동물들에 대한 개체수 조정의 일환으로 솎아진 꿩들이지요.
어린시절 고향마을에서 꿩을 자주 먹은 탓에 꿩국의 그 시원하고 독특한 맛을 이 낯선 곳에 살면서도 즐길 수 있다는게 고향병을 유난하게 앓곤하던 저에게는 그나마 참 행복한 일이기도 합니다.

꿩국은 우선 국물을 넉넉하게 잡아 무와 파를 넣고 끓이는데요...우리 고향에서는 무를 도마에다
썰지 않고 손에 쥐고 칼로 빚어 넣습니다.저도 이 번에는 그렇게 해서 큰 솥으로 한 솥 가득 끓였습니다.
그 날 신부님도,또 교우들도 모두 맛있다고 얘기들은 하던데...모르지요.꿩을 싫어하는 분들도
있을테니까요.

눈 내리는 날,설설 끓는 꿩국솥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서서 술잔 돌리던 그 시절의 고향사람들과
고향생각이 간절하여 꿩국 이야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