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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싫어하는 모든 걸 사랑하라고 
 
 또한 다른 이들이 헐뜯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고.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까지도 고귀하게 만든다는 걸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는 사랑이 가까이에 피어난 두 꽃 사이의 거미줄과 같았네.
 
 
 그러나 이제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는 후광(後光) 지금까지 있어온 모든 것을 감싸고
 앞으로 있을 모든 것을 에워싼 채
 영원히 빛날 후광과도 같다네.
 
 
 
   
   
 2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형태와 색채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라고 
 
 또한 추해보이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보일 때까지 
 
 잘 살펴보라고.  
 
   
 내 영혼이 이렇게 충고하기 전에는 아름다움을
 연기기둥 사이에서 흔들리는 횃불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연기는 사라져 없어지고 불타고 있는 모습만을 볼 뿐이라네.
 
 
 
   
   
 3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혀끝도 목청도 아닌 곳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그 날 이전에는 나의 귀가 둔하여 크고 우렁찬 소리밖에는 듣지 못했네.
 
 
 그러나 이제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으니 시간과 우주를 찬송하며
 영원의 비밀을 드러내는 침묵의 합창을 듣는다네.
 
 
 
   
   
 4 
 
 내 영혼이 나에게 말했네 
 
 잔에 따를 수도 없고 
 
 손에 들 수도 
 
 입술로 느낄 수도 없는 포도주로 
 
 나의 갈증을 풀라고.  
 
   
 그 날까지 나의 갈증은 샘에서 솟아난 한 모금으로도 쉬이 꺼지는
 잿불 속의 희미한 불씨였네.
 
 
 허나 이제 나의 강한 동경(憧憬)은 하나의 잔이 되었고
 사랑이 나의 포도주로
 그리고 외로움은 나의 즐거움으로 변하였다네.
 
 
 
   
   
 5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보라고.  
 
 우리가 매달려 온 것은 
 
 우리가 갈망하는 것들이었음을 
 
 내 영혼은 보여주었네.  
 
   
 예전에 나는, 겨울에는 따스함으로 여름에는 서늘한 미풍으로 만족했으나
 
 
 이제 내 손가락들이 안개처럼 되어 붙잡았던 모든 것들을 떨어뜨려
 보이지 않는 나의 갈망들을 뒤섞어버리려 하네.
 
 
 
   
   
 6 
 
 내 영혼이 나를 초대했네 
 
 뿌리도 줄기도 꽃도 없는 보이지 않는 나무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예전에 나는 정원에서 향기를 찾았었고 향긋한 풀잎이 담긴 항아리와 향기로운 그릇에서
 그걸 찾았었네.
 
 
 그러나 이제 타버리지 않는 향기만을 느낄 수 있네.  
 
 지구의 모든 정원과 우주의 모든 바람보다도 
 
 더욱 향기로운 공기를 숨쉬고 있네.  
 
 
   
   
 7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미지의 것이 나를 부를 때 
 
 "나는 따르겠다." 대답하라고.  
 
   
 지금까지는 시장에서 외치는 목소리에만 대답해왔고 잘 닦여진 길로만 다녔었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깨달음을 한 마리 말로 삼아 미지의 것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또한 길은 그 험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놓인
 사닥다리가 되었다네.
 
 
 
   
   
 8 
 
 내 영혼이 나에게 시간을 헤아리라고 훈계했네 
 
 "어제가 있었고, 또 내일이 있을 것이다." 말하면서 
 
   
 그 때까지 나는 과거란 단지 잃어버린 채 잊혀질 시대라고 생각했었고
 미래란 내가 얻을 수 없는 시대라고 여겨왔었네.
 
 
   
 이제는 이것을 배웠다네. 덧없는 현실 속에서도 모든 시간이란
 시간 속에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언젠가는 얻어지는 것이며
 마침내는 실현되리라는 것을.
 
 
 
   
   
 9 
 
 내 영혼이 나에게 말하였네 
 
 "여기에, 저기에, 또 너머에."라는 단어들에 의해 
 
 나의 자리가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 나는 언덕 위에 서 있었고 다른 모든 언덕들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서 있는 언덕이 실로 모든 언덕이기도 하다는 것과
 내려가는 이 골짜기도
 모든 골짜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네.
 
 
 
   
   
 10 
 
 내 영혼이 충고했네 
 
 다른 이들이 자고 있을 때 깨어서 보고 
 
 그들이 깨어 있을 때 베개를 찾아 나서라고.  
 
   
 내 생애 동안 나는 그들의 꿈을 알아보지 못했고 그들 역시 내게 그러했었네
 
 
 그러나 이제, 낮에는 내 꿈 속을 날아다니고 
 
 사람들이 자는 밤에는 그들이 자유로움을 보며 
 
 그들의 자유를 함께 누리게 되었네.  
 
 
   
   
 1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지나친 칭찬에 우쭐해 하지도 말고 
 
 비난받았다고 괴로워하지도 말라고.  
 
   
 예전에는 내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의심했었지만 
 
 이제 이것을 배웠다네. 나무는 칭찬이나 두려움, 부끄러움이 없이도
 봄이면 꽃 피고
 여름에 열매 맺고
 가을에는 잎을 떨구고
 겨울에는 홀로 앙상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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