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계세요.....

by 고숙연 posted May 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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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 고숙연 아나스타시아 입니다.
다음 주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어요.
아직 절 모르시는 분도 많을텐데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군요.
바보같이 제 자신의 모습도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곳에 와서
애들 치다꺼리에 '바쁘다 바뻐'만 외치다가 가는군요.
제가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좀 더 보람있고 따뜻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제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려다 보니 늘 소극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과잉행동과 숨는 생활을 반복하기는 하지만 하느님을 이젠 느끼고 있으니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보기도 하구요.

지금은 새벽입니다. 3시 반이군요.
아이들은 처음 애들을 초대한 파티-abschiedsfeier-에 흥분해서 정신이 없더니
9시쯤 잠이 들고 남편은 회사 환송회라고 좀 전에 들어와서 술을 괴로워 하다가
이제 조용하네요. 저요? 저는 애들 자고 너무 피곤해서 남편 기다리다 잠이 들었는데
다시 깨서 이러구 있죠. ^.^
요즘은 물건 사고 짐 싸고 헤어지는 일만 하는것 같답니다. 무언가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깨어있는 것 같다가 다시 정신없이 해야할 일들속에서 시간만 보내는 일들을 반복
하면서요. 사실 이렇게 글을 올려야지 하는 생각도 오래전 부터 했는데 이제 컴퓨터 뗄 시간이
다 되니 하게 되네요. 지금도 마음이 다 정리되지는 않아서 머리속에서만 빙빙 돌뿐....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저의 첫 신앙생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들
예쁘게 채울 수 있게 해 주시고 이제민 신부님을 만나게 해 주셔서, 힘든 외국생활 건강하고
잘 지내게 해주셔서, 하느님과 신부님과 함부르크 한인 성당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 자신을 용서하는 법과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배웠어요. 아직도 배울게 많지만 이제는
하느님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의 잘못은 용서하시고 좋았던 모습만 기억해주세요.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만남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기쁘네요.
한국에서도 이곳의 모든 분들이 모두 주님의 평화와 함께 하기를 기도 드릴께요.
도미니카씨, 로사씨, 마르타씨, 구역장님 감사드리구요, 은총반이 늘 은총이 가득한 반이 되기를
기도할께요. 그리고 곧 있을 배구대회 좋은 날씨, 좋은 시간 되기를 빌께요. -혹시 아니라고 원망하시지는 않겠죠? ^.^
그럼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