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해지는 글

by 허영란 posted Apr 0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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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길 닿는 곳마다 꽃이 보입니다.
노란 산수유, 화사한 개나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매화.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긴 겨울 지나고 봄이 올 때마다 조금더 극적이기를 바랬지만 한 번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봄은 참 심심하고 싱겁게 다가와 어느 새 자리를 잡아 버렸습니다.
자연은 어느 것도 재촉하지 않습니다.

할 일을 다 하고 충만해 졌을 때 비로소 조금씩 토해 냅니다.
꽃을 보는데는 친구를 사귀는 데 걸리는 시간과 맞먹는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 송이의 꽃 속에는 친구가 들려주는 만큼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온 산천을 덮는 눈 처럼,
꽃이 한 가지 빛깔로 한꺼번에 피지 않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차례차례 이 색 저 색 여기 저기 피어나는 봄이 좋습니다.
자연이 전하는 안정과 평화가 유난히 고마운 봄입니다.  (꽃은 눈과는 다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세상을 주신 우리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는 요즈음,
이제 성주간의 성삼일을 눈 앞에 두고 지난 6주 사순시기를 되돌아 보니 역시 잘못 한게 잘 한것 보다 많습니다.
회개와 은총의 시기가 되길 바라며 시작한 사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채워지지 않았다고
더 사랑하지 못했다고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했다고

초조해 하거나, 애태우거나,부끄러워 하지 맙시다.
믿음과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 하였으며,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아파하면서도 용서할 생각을 하며 최선을 다한 내 모습 그대로를 이번 부활에 봉헌하겠습니다.

세상의 꽃과 잎은 더 아름답게 피지 못 한다고 안달하지 않습니다.
자기 이름으로 피어난 거기까지가 꽃과 잎의 한계이고 최상의 아름다움 입니다.

우리도 굳건한 믿음과 희망을 갖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걷는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며 그 것 역시 우리의 아름다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