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by 공지영 posted Nov 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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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제민 신부님 그리고 함붉 공동체 여러분
멀리 한국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이번에 신부님과 함붉 공동체 여러분들에 끼어서 파티마를 순례했던
소설가 공지영,마리아라고 합니다.
고국 한국에서 날아간 유일한 사람이었지요

순례를 마친지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순례의 여운이 많이 남아 있어
팜플렛에 적힌대로 이 공동체의 홈페이지에 가끔 들리고 있읍니다.
저로서는 한국인들과 그렇게 많이 여행을 한 게 처음이었고
또 베를린에 일년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독일 교민들도 그렇고 모두가 한 식구처럼
정다웠읍니다. 무엇보다 이제민 신부님의 강론을 매일 들을 수 있어서
순례가 더 뜻이 깊었지요

-이 기회에 신부님 강론을 홈피에 올려주실 수는 없나요?
다른 신부님들 홈피에는 매주 강론이 올라오던데

어쨌든 함붉은 제가 수도원 기행을 쓸 때 유일하게 들렸던 한인 성당이고
그 덕택으로 하머 키르헤를 망치 성당으로 잘 못 쓴 거며
(아무리 그래도 하머가 망치 아녜요? 변명을 드리자면 전 독일인들은
성당 이름 하나 붙이는데도 이렇게 건설적이구나 하고 쓴 거였는데
망치가 나쁜 건가요, 뭐 ...예전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망치하고 낫이 국기에까지 그려졌는데.....)
없는 성모상 사진을 실은 거며 -분명 거기 성모님 계셨었는데 혹시 기적?
이번에 톡톡히 말씀을 들었지요 반성하고 있읍니다 .
게다가 다시 보니 오스나뷔룩 표기도 잘못했고 킴제도 그렇고 .......

어쨌든 사과의 말씀과 함께 인사를 드립니다 .
다름이 아니라
순례 중에 약속드린대로 제 책을 몇권 보냅니다.
브레멘의 양마리아씨와 공동체에게
노랫소리가 멋진  오스나부룩  회장님께
그리고 인상적인 오슬로 공동체 것도 함께 보내니
수고스러우시더라도 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끝으로 여행중에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릴께요
아마 콤푸스텔라 성당 순례 때인 것 같은데
순례 마지막 날이라 평소에는 술을 잘 못먹는 제게 교민들께서 과분한 낮술을 주셔서
오후 순례 때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신부님께서 성 마틴이라는 분의 동상을 보고 한참 설명을 하셨읍니다.
그래 제가 졸다가 옆에 있는 자매께 (참고로 라스팔마스에서 오신)
저 성인이 누구래요?
왜 성인 되셨대요? 물으니까
그 자매님 말씀이 응. 믿었대,하셨지요
그래서요 ?물으니까
그리고 죽어서 성인이 되었대....아주 자신있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랬더니 그 옆에서 신부님 설명을 경청하시던 형제님 한분이
아니야 , 저 사람 술병에 나오는 그 사람이야 (아마 르미 마탱 꼬냑인가요?)
하시더라구요 ...제가 그런데 왜 성인이 되셨나구요 물으니
그러니까 유명한 사람이라 술병에까지 나오지
점잖게 호통을 치셨지요
그때 그 옆의 자매님(뒤셀도르프에서 오신) 께서
시끄럽다 신부님 설명좀 듣지 하고 핀잔을 주시더니,
저 성인이 독일에 사실 때 하루는 거위장으로 도망을 쳤단다....
우리는 모두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읍니다.
.그분이 계속 하셨지요
그래서 11월 저 성인의 축일이 되면 사람들이
거위를 먹는데 우리는 지난 해에 한달전에 주문해서 거위를 먹었다.
그 거위가 그렇게 맛있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끈질긴 제가 그런데 왜 성인이 되셨냐구요 물으니 ,
몰라 ...아까 신부님께서 말 안하셨나?
하셨지요 ...이 코미디 등장인물 중에 다행히 함붉본당 분은 안 계십니다.
신부님께서 이글을 읽으시면 어이가 좀 없으시겠군요
우리는 순례 동안 신부님 강론이나 하느님 말씀을 모두 이렇게 듣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마틴 성인 축일이 오면 거위를 드실 건가요?

모두들 건강하시고
부끄럽습니다만, 어여쁜 마음으로 책을 읽어 주시면 좋겠네요

(이 글의 저작권은 공지영 마리아에게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