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별미사

by 박철현 posted Jun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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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별미사였습니다.

생각해보면 함부르크 대교구로 가야 할 신부님의 서류가

중간에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진척이 없었을 때

선뜻 제가 가겠습니다.’라고 주교님께 청을 드렸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떠한 일이든 사제의 인사발령은 주교님의 고유권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주교님께 청을 드린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무모한 일이자 불경한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주교님께서는 그런 저의 청에 대해서 화를 내지 않으시고

그래, 그럼 한 번 생각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일이 되려고 그랬던지 저의 서류를 함부르크 대교구로 보낸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초대의 답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와 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는 그렇게 될 인연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나섰던 함부르크 행이었습니다.

걱정을 해주신 신부님들도 있었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신부님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다시 또 한 번의 외국행이었지만 미국도 아니고 태국의 파타야도 아니어서

오히려 저는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미국 쪽으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고,

파타야는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함부르크라는 사실이 저에게는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2017112, 함부르크에 도착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살았습니다.

중간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생각지도 못한 암초를 만나기도 했지만

저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혼자서 미사를 봉헌했던 몇 달의 시간이 있었지만

저에게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신자분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은 아쉬운 점이지만

온라인 소통의 소중함도 함께 체험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하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30% 정도는 주일미사에 참여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지금의 상황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 듯합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건 그 만큼 좋은 일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루했다면 시간은 더디 흘러갔을 테니 말입니다.

어찌 되었건 함부르크를 떠나게 됩니다.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어떤 표현을 해도 제 마음을 다 표현하지는 못할 만큼 감사합니다.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