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이 되는 것

by 박철현 posted May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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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들이 지닌 두드러진 특징들은

개념이 없다는 것,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한다는 것, 아직 세상물정 모른다는 것,

뭐가 뭔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순종적입니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행동합니다.

아직 작고 힘이 없다보니 철저하게도 의존적입니다.

늘 부모님에게 물어보고, 부모님이 가자하면 가고 오라하면 옵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고 철이 들어가면서,

이것저것 어설프나마 배워가면서 슬슬 자기주장이 생기고,

고집도 늘어갑니다.

때로 뺀질거리며 말도 잘 듣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한 마디 하면 전에는 절대 그러지 않았는데,

이젠 꼬박꼬박 말대답입니다.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미워 죽을 지경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느끼고자 한다면,

그분의 지속적인 축복을 원한다면,

인간을 한 그분의 한없는 측은지심의 손길을 느끼고자 한다면,

방법은 단 한가지입니다.

큰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철부지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지닌 천진난만한 성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따지고 대들고 튕기는 것이 아니라 고분고분 순종하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은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역설의 신비를 사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있어 보이려고기를 쓰는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입니다.

있어 보이기 위한 세상 사람들의 투자는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부실함과 결핍과 약점을 애써 감추려고 기를 쓰니

에너지 소모도 만만치 않습니다.

매일의 삶이 늘 부담스럽고 피곤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없어 보이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입니다.

목과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는 사람들입니다.

마치 바오로 사도처럼, 마치 예수님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