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라자로

by 박철현 posted Mar 17,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의료수준이나 위생관념을 기대할 수 없었던 예수님 시대,

가난한 백성들 사이에서는 유난히 피부병이 창궐했습니다.

더구나 피부병이 지닌 신속한 전염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피부병에 노출되어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당국자들도 피부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세부적인 법조항까지 만들어 강하게 적용시켰습니다.

예수님의 표현에 따르면 라자로가 앓던 피부병은 심각했습니다.

온몸이 종기투성이였습니다.

종기가 심해지다 보니 제대로 운신조차 할 수 없어

부자집 대문 앞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런 라자로였기에 집주인인 부자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그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지나갈 때 마다 재수 옴 붙었다는 눈길로 침 한 번 뱉고 지나갔습니다.

놀러온 개들은 누워있는 라자로를 보고 꼬리를 흔들었고

그의 종기를 혀로 핥았습니다.

가장 괴로운 일 중에 하나는 굶주림이었습니다.

몸이 성치 못하다보니 적극적인 구걸도 하지 못했습니다.

가끔씩 식탁에 앉은 부자가 먹다먹다 지쳐 바닥으로 닭다리 하나를 던지면,

라자로는 이게 웬 떡이냐.’며 기어가 감지덕지하며 주워 먹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드믄 일이어서 라자로는 항상 배가 고팠습니다.

라자로의 불행도 불행이지만 부자의 매정함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예수님께서 크게 분노하시며 질타하시는 것은 바로 부자의 무자비함입니다.

어떻게 한 인간이 다른 동료 인간의 불행 앞에

눈 한 번 깜짝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너의 아픔이 곧 내 아픔, 그의 비참함이 곧 나의 비참함이 모토였던

예수님이셨습니다.

당대 벌어지던 부자들의 매정함과 무자비함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던

예수님이셨기에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를 드시면서

당대 부자들을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신 것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 재물이 있어야 인간적인 품위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돈이 있어야 궁핍한 이웃과 나눌 수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는데 있어서도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 그리고 건전한 방법으로 축척한 재물은

주님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전한 재물로 인생을 즐기는 것도 참 좋은 것입니다.

내가 매일 땀 흘려 모든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하고 싶은 취미생활도 하고

삶을 만끽하는 것은 주님께서 바라시는 바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경고하시는 것은 재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입니다.

돈이면 다, 돈이 최고라며 돈에 모든 것을 거는 그릇된 신조입니다.

재물을 주님이나 신앙보다 더 위쪽에 두는

황금만능주의를 질타하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