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by 박철현 posted Feb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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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에 마음이 머무는 것은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결코 사람만큼 귀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고 흥얼거리는 것도

제아무리 귀하고 대단한 것이 돈이고 출세라 하더라도

사람이 그까짓 것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낙오자의 한심한 자기 위안라고 비웃겠지만

존엄한 인간의 노동은 절대로 탐욕스러운 자본의 도구로 전락할 수 없습니다.

해마다 수십만의 대학입학 수험생과 그 가족들이

가슴앓이를 하는 것은 출세에 대한 욕망과 사회적 불평등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혼 남녀가 바라는 배우자의 조건에서 재물소유 정도와 직업이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이 시대의 씁쓸한 단면입니다.

만일 이 모습이 일시적인 거품이 아니라 실체이며 본질이라면

우리는 황금만능주의’, ‘배금주의’, ‘물질주의의 바다에

빠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생명과 생활도, 인생관과 세계관도, 인간관계와 사회도

모두 자본’, ‘’, ‘경제라는 그물망에 갇혀 있는 것과 같음을 의미합니다.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을 오늘의 눈으로 보면 참 초라한 분이셨습니다.

누추한 달동네에서 힘없는 부모님을 두고 가난하게 사시다가

맥없이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도 그러셨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고

자조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어쩌면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사람 낚을 그물을 던지는 일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어리석은 길을 선택하는 것은

차라리 무모함이며, 그 무모함 때문에 두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지금의 나에게

구원의 그물을 함께 던지자고 초대하십니다.

하느님 은총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헛된 것인지 참된 것인지

가늠하는 순간입니다.

두렵지만 하느님의 그물을 손에 쥘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