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고 배워나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며, 안절부절 못하며
그저 왔다 갔다 하기만 합니다.
군에 입대하면 신병들이 그렇고, 대학교에 입학하면 신입생들이 그렇고,
회사에 막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그렇고,
첫 본당에 발령받은 새 신부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도 시간이 지나면 일을 하나씩 배워나가고
조금씩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맡은 일을 꼼꼼하게 잘 처리하게 되고,
나중에 일어날 일까지 생각하며 미리 준비하는 여유도 보입니다.
또 때로는 변화되는 상황에 알맞게 처신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의 눈빛만으로도 필요한 것을 찾아가며 일이 잘 되게 합니다.
나아가 그 일이 재미있고 함께 일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기라도 한다면,
서로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부족함을 메꾸어주며 기쁘게 일을 합니다.
농사를 처음 짓는 사람 역시 처음에는 어떻게 할 줄 몰라,
책에서 배운 대로, 또 자기가 공부한 대로 흙을 고르고, 씨를 뿌리고,
수분과 일조량을 조절해나갑니다.
하지만 몇 번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후에는
비로소 농사가 자신의 힘으로 혼자 짓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주신 하느님께서 허락하는 손길 안에 있음을 확실히 깨닫고
좀 더 겸허하게 모든 일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농부가 최고의 커플이 되는 모습을 빌어
하느님 나라에 비유하셨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 나라의 일꾼으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살아가는 우리도
하느님과 최고의 커플이 되어야 합니다.
내 삶 안에서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작은 손길과 미세한 숨결을
일일이 다 알아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내가 모르게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믿으며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큰 겨자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됨을 알고
나의 작은 일도 하느님의 일처럼 소중히 해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