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떤 신자분께서 “어린이들에게 짓는 미소를
저희에게도 보여주세요.”라고 저에게 부탁하셨습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의 제 표정이 보기 좋아 해주셨던 말씀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무뚝뚝해 보이지는 않았나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제로써 살아가다보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여러 가지 사소한 오해들을 받게 됩니다.
무심코 한 행동 하나에 신자분들은 커다란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당황스러워 하기도 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한 가지 믿는 것은
저의 진심과 마음이 언젠가는 전해지리라는 것입니다.
물론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신경은 써야겠지만
설사 오해가 있을지라도 그것이 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신자분들이 알게 되시리라 믿습니다.
진실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모습을 감추고 있고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그것은 언젠가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느님의 섭리와 연관되어 있을 때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 말씀은 복음서 안에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겨자씨의 비유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숨겨진 것, 감추어진 것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 혹은 하느님의 섭리는 우리에게 당장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무한하게 자라나고 하늘의 새들이 깃들일 만큼
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특별히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부재를 체험합니다.
정말로 나의 기도를 들어주고 계시는지 의문스럽기도 하고
모습을 감추고 계시는 하느님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는 하느님을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잠을 자는 사이에도 어린아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듯이,
하느님의 말씀과 섭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마음에 작용하고 힘을 주며
우리의 기도는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