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심과 경쟁심

by 박철현 posted Jan 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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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 조선 초에 맹사성이라는 유명한 재상이 있었습니다.

뛰어난 학문으로 19세에 장원 급제를 하고,

20세에는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사람으로 어린 나이에 승승장구를 하여

그 자긍심이 하늘을 찌를 듯 하였습니다.

파주 군수로 가 있던 어느 날 맹사성은 한 고승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했습니다.

스님, 제가 이 고을을 다스리는데

어떤 덕목을 최고로 삼고 살아야 하겠습니까?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스님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막힘없이 대답했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만 하십시오.”

그 말에 맹사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화를 냈습니다.

그런 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이렇게 먼 길을 온 저에게 그 말밖에는 할 것이 없으십니까?”

그 말에 대꾸가 없던 스님이 녹차나 한 잔 하고 갈 것을 권하자

맹사성은 마지못해 다시 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찻잔에 녹차를 따르던 스님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찻물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넘친 찻물로 방바닥이 금방 흥건해졌지요.

화가 난 맹사성은 스님을 노려보며 말하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행동이시오. 지금 나를 모욕하시는 것입니까?”

그러자 스님이 빙긋 웃으며 한마디 하는 것이었습니다.

찻물이 넘쳐서 방바닥을 적시는 것을 알고,

지식이 넘쳐서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그리 모르십니까?”

부끄러움으로 인해 얼굴이 사색이 된 맹사성은

그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가려다

그만 방문에 머리를 찧고 말았습니다.

그때 스님이 또 한 마디 조용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답니다.”

우리는 특히 친하고 가까이 사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기심과 경쟁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오는 우리들입니다.

사실 그런 시기심과 경쟁심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하느님 안에서 살면서 자기를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웃을 격려하며 칭찬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예수님을 드러내려고 했던

세례자 요한의 모습처럼 그리스도 신자의 삶은

자신을 낮추고 하느님을 드러내는 삶이어야 합니다.

이때 더욱 풍요로운 주님의 은총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