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by 박철현 posted Jan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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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제자들은 호수를 건너다 역풍을 만나 악전고투합니다.

그러나 역풍보다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어두움이고 두려움입니다.

어두움이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두움의 영성적 의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현재 좌표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가야 할지 수단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도와줄 사람이 보이지 않고 하느님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두움이란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으면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보이지 않으니 누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무엇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데 이 알 수 없음이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쌓여 있을 때

누가 다가오면 구해주러 오는 것이 아니라 해치러 오는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내게 다가오는 그는 구원자가 아니라 유령 또는 악령으로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다가왔을 때 제자들이 유령인 줄 알고 놀란 것이

바로 이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믿음과 믿음의 용기입니다.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하느님이시지만

하느님께서는 분명 계시다는 믿음이요,

계실 뿐 아니라 나를 보고 계실 거라는 믿음이며,

보고만 계시지 않고 나를 구하러 오실 거라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이런 믿음으로 인해 유령인 줄 알고 비명을 질렀던 입이

이제는 용기를 내어 주님이신지 묻고 주님을 맞아들이게 됩니다.

어두운 밤, 두려움에 쌓일 때는 옆에 강아지만 있어도 덜 두렵지요.

그렇긴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공동체가

전체로 위험에 처하고 두려움으로 가득 찰 때,

그때는 옆에 누가 있다는 것이 위안은 되겠지만

큰 힘이 되고, 큰 의지가 되겠습니까?

예수님의 제자들은 호수 한가운데에 있었고 예수님께서는 뭍에 계셨지만

제자들을 보고 계셨고, 보고만 계신 것이 아니라 구하러 오셨습니다.

우리가 공현 시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뜻은

주님께서 비록 아니 계시고, 아니 보시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고 우리의 고통과 애씀을 다 보고 계시다가

적절한 때에 엠마누엘 주님으로 나타나시리라는 것을 얘기하기 위함이고

그러니 이런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용기를 내라고 격려하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