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탄생하신 갈릴래아 지방은 당시 꽤나 변방이었는데,
나자렛이라는 동네는 갈릴래아에서도 낙후된 오지였습니다.
예루살렘을 비롯한 다른 지역 사람들은 갈릴래아 지방을 엄청 깔봤습니다.
당시 어딜 가나 갈릴래아 사람 하면 변변찮은 사람,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말과 동일한 뜻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필립보가 나타나엘에게 예수님을 소개하자
예수님께서 나자렛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당시 사람들은 메시아 출현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아마도 성도 예루살렘이나, 아니면 제2의 혹은 제3의 도시에서
탄생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왕족, 아니면 적어도 당시 잘나가던 귀족 집안에서
당당하게 태어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시 사람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가장 후지고 구린 동네 나자렛에서,
그것도 무척이나 가난한 가정에서, 소리 소문 없이,
무엇보다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렇게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메시아 탄생에 가장 크게,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여하신 마리아와 요셉이
맞이한 당시 상황은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예수님의 탄생으로 인해 마리아와 요셉이 꿈꾸었던
소박하나마 단란한 결혼생활은 완전히 물 건너갔습니다.
성령께서 뭔가 메시지를 전해주었지만 전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 앞에 펼쳐진 현실은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치 짙은 안개 속을 걷는 듯 했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으로 인해 너무나 황당하고 기이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두 사람은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누구에게 이야기하기도 그랬습니다.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침묵 가운데 묵묵히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마리아와 요셉은 한 평생 자신들에게 주어진
참으로 난감한 상황 앞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늘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며,
늘 인간적 시각을 접고 하느님 편에서 바라보려고 숱한 노력을 했습니다.
우리 역시 가끔씩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좀 더 호흡을 가다듬고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지혜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