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철현 posted Dec 0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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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굵은 눈이 내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바닥이 이미 젖어 있었기 때문에 눈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내리는 눈을 보면서 이제는 완연한 겨울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이렇게 눈이 내리면 미사에 오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오후가 되면서 눈은 다시 비로 바뀌었고,

예수 성심 성당을 갈 때는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다시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바닥은 젖어 있는 탓에 눈이 땅으로 떨어지자마자 녹아버렸지만

집으로 가는 길이 그리 쉽지는 않겠구나 하고 다시 걱정이 되었습니다.

오후 4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지는데 눈까지 내리니 정말 번거롭습니다.

제가 살아왔던 곳이 남쪽이어서 그런지 눈을 보는 일이 거의 드물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 큰 눈이 내렸는데

제설장비가 없던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몇 년에 한 번씩은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눈이 참 신기하고 정겨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새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는 눈이 귀찮은 존재로 여겨집니다.

그래도 세상에 눈이 내리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하얗게 하얗게 세상을 물들이는 모습이

뭔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첫 눈은 아닙니다.

지난번에도 눈을 본 적이 있으니 첫 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일요일에 내리는 눈은 좀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음울한데 뭔가 희망을 주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기다림이 주제인 대림 제2주일이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림 시기 전체는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오시는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하늘을 우러르는 시간입니다.

그런 대림 시기에 내리는 눈은

다른 때 내리는 눈보다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물론 너무 많이 내려서 사람들의 소통을 방해하게 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아무튼 미사 후에 눈을 맞고 가는 길이 불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눈처럼 희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고

내려서 한구석에 쌓여 있는 눈처럼 얼룩이 더룩더룩한 모습으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 모든 것을 정화하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오십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행복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