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영역

by 박철현 posted Nov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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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할 때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너 진짜로 그걸 봤어? 니 두 눈으로 똑똑히 봤냐고?”

신기루라는 말,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는 공기 속에서 빛의 굴절 현상 때문에,

공중이나 땅 위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입니다.

,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두 눈이 아니라, 100, 1000개의 눈으로 봐도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그런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사실 우리 삶의 영역은 앎의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우리가 한생을 살다 가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눈으로 직접보고 체험하고 떠나갑니까?

사람에 따라 좀 차이는 있겠지만 우주의 차원에서 볼 때

1%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99%는 앎의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99%의 영역을 다른 사람이 전해주는 말과 체험을 통해

그렇다고 믿을 뿐입니다.

우리 신앙 역시 믿음의 영역에 속합니다.

이 신앙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하느님의 나라도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재림, 즉 종말의 문제도

앎의 영역이 아니라 역시 믿음의 영역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믿음으로만 깨닫게 되는

이 신비를 구체적으로 알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루카 17,20)

누군가 하느님 나라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천국과 지옥을 똑똑히 보고 온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그 사람이 실감나게 그것을 설명해 준다면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우리 주위에는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먼 하늘 위나 혹은 죽은 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곳에 드러납니다.

우리의 회개가 이루어지는 바로 그곳에서,

어제는 까칠한 모습으로 너를 대했지만 오늘은 따뜻한 마음으로

너에게 다가가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나라가 확인됩니다.

우리가 복음을 실천하는 곳 어디에나

하느님의 나라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