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만

by 박철현 posted Oct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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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확실히 부지런한 성격이 아니고

심지어 일이 코앞에 닥쳐야 능률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요즘 하루하루도 그렇습니다.

사실 미리미리 준비만 하면 전부 해결되는 일인데

매번 같은 일이 반복되니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물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빡빡하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지금 쉬면 능률이 더 오를 것 같고

아직 준비를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다 결국 또 후회하고 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 모습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를 목적으로 걸어가고 있는 제 삶 역시

혹시라도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 가 긴장됩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나도 모르게 선행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다 나중에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지 돌아보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등불을 켜놓고 주인을 기다리는 종들의 비유를 통해

이러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십니다.

이 비유에서 주인은 하느님을, 종들은 우리 그리스도인을 의미합니다.

이 중에서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깨어 있는 종은 하느님을 만날 준비가 미리 되어 있는 신앙인을 뜻합니다.

, 하느님께 시선을 두고 선을 실천하며

악의 기회를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반면 깨어있지 않고 잠들어 버린 종은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신앙인입니다.

선을 실천하기보다는 의식의 흐름에 맞추어,

혹은 당장의 감정에 따라 이런저런 자기 정당화와 함께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입니다.

주인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종들은 행복한 종들입니다.

그들을 주인이 보게 되면 그만큼 더욱 큰 신뢰와 인정을 받을 것이며

그에 따르는 상급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시간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준비를 조금 천천히 해도 될 것 같고

조금 더 쉬면 능률이 더 오를 것 같고

아직 준비를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깨어있기만 하면 될

간단한 일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준비하지 않음으로 인해 벌을 받게 될 이 어리석은 종의 죄목은,

악행불신도 아닙니다.

이 종의 죄목은 다름 아닌 태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