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성사 안에서

by 박철현 posted Jun 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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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나를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 번쯤은 진지하게 물어본 사람은

자신을 살게 하는 근원적인 힘에 대한 물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당장 살기 위해서는 먹을 것, 입을 것, 머물 곳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풍요나 만족이

인간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물질적 풍요가 많은 것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인간이 겪는 궁극적인 영혼의 목마름이란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

그것은 사랑 받고 싶고, 사랑할 사람이 필요하고, 인정받고 싶고,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살고 싶어 하는

우리 영혼의 갈증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모든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왔기에

그분을 벗어나서 참된 행복이 없음을 강조합니다.

흙으로 사람을 빚어 코에 당신 생명의 숨을 불어 넣어주신

하느님의 창조 행위로부터 인간은 비록 세상에 얽매여 살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육신의 존재이지만, 동시에 하느님의 생명의 숨을

자신 안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영적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본성상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벗어나서 살 수 없습니다.

삼위일체 신앙의 핵심이 하느님의 인간을 향한

사랑의 신비임을 분명히 안다면

그 사랑이 역사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되고 전달되어 왔으며

지금 여기서 생생한 현실이 될 수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 특히 가톨릭 신자는 하느님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통하여 확실하게 드러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향해 자신의 전 존재를 내어주시는

온전한 사랑이 성체 성사의 신비를 통하여

교회에서 지속되고 있음도 고백합니다.

성체성사는 이렇게 기억하고, 선포하고 나누는 삶을 살아가도록

초대된 은총의 삶입니다.

표징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그 표징의 참된 가치를 찾아서 읽어내고,

해석해주는 용기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사람들에게 별 의미 없이 주어진 삶의 표징들을

하느님의 사랑의 표징으로 읽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 시대가 이기적인 욕망과 지배의 탐욕으로 가득 찰수록

그리스도인은 더욱 세상의 악의 표징들에 맞서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표징들을 선포할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날마다 성체를 모시는 특권을 받은 신앙인으로서

가톨릭 신자라면 성체의 참된 맛을 들이고,

그분의 현존 앞에서 자주 이야기하며,

이 세상에서 어떤 것도 채울 수 없는 하느님을 향한 참된 기쁨을

미사와 성체성사 안에서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