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사제들의 인사 발령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출생지 본당으로는 안 보내는 것입니다.
즉, 고향으로 가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이지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그 곳 사람들이 파견되어 온 본당 신부의 성직(聖職)보다는
인간적인 면을 먼저 보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어땠고, 중학교 때 누구와 싸웠으며,
고등학교 때 누구네 집 딸과 친했는데 등등
사제가 되기 훨씬 전의 일들로 시작해서 여러 가지 시시콜콜한 일들이
화제 거리로 등장하기가 쉽습니다.
친근하게 잘 알아서 오히려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선 말씀의 권위가 다른 곳보다 적고,
서로 반대되는 의견이 표출됐을 때는 본당 신부의 결단이 필요한데
특히 토박이들은 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출생지 본당에는 발령을 내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선입견과 인간적인 친분은
오히려 믿음을 방해하고 구원에로 나아가는 데 장애물이 되어버립니다.
이는 예수님 시대만이 아닙니다.
우리 시대에도 성직자, 수도자의 인간적인 면 때문에
믿음과 구원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차라리 성직자, 수도자는 화장실도 안가고 밥도 안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믿음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직자, 수도자도 인간입니다.
최선을 다해 몸 바쳐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보통의 사람이지요.
틀린 점이 있다면 하느님께서 뽑아주신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대리자이지요.
우리는 그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인간의 능력이 아닌 성령의 능력에 힘입고,
또 신자들의 기도에 힘입어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신자들은 성직자, 수도자들이 하느님의 사람이 되도록
인간적인 부분은 덮어주고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럴 때 성직자, 수도자들이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공동체는 영적인 성장을 할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