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by 박철현 posted Nov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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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홈페이지를 보고 나서 저에게 한 마디의 인사를 건네줄 때 고맙습니다.

어제 오스나브뤼크에 다녀오지 못했는데

오늘 못 가셨다면서요.” 하면서 인사를 해준 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인사를 받고 나면 그래도 홈페이지를 보는 분들이 있구나 하면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한 사람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입니다.

그런데 사실 살아가는 삶 자체가 반복되다 보면

잊히고 묻히게 되는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특별하게 기억될 수 있는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저 역시도 오랜만에 예전에 쓴 글을 읽다 보면

,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면서 회상에 잠기기도 합니다.

여하튼 몇 분이라도 홈페이지를 확인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만 합니다.

오늘은 오전부터 햇살이 참 좋았던 날입니다.

다른 날보다도 조금 포근한 느낌도 주었습니다.

잠시 주교좌성당 앞 광장을 봤더니 아이들과 선생님 몇 분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포르투갈 공동체가 미사가 끝난 후

아이들과 함께 마르티노 성인의 행렬을 재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밝은 얼굴과 떠들썩한 모습에서 뭔가 활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것이 제한적이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거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여

제 마음도 환해졌습니다.

물론 아이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오후부터는 구름이 조금씩 조금씩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파란 하늘을 시샘하는 모양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미사를 봉헌하다 보면

안경이 입김 때문에 가끔씩 뿌옇게 흐려지기도 합니다.

마스크를 쓰다 보면 다른 사람에 비해 안경을 자주 닦아주어야 합니다.

그런 불편함이 있어도 그게 미사의 본질적인 부분을 훼손하는 건 아니니

신자분들은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때가 때인지라 재채기를 나오려고 하더라도 조심스럽습니다.

물론 그러다가 짧은 기침이 나올 때도 있지만

미사를 봉헌하는 중에는 최대한 조심하려고 애씁니다.

미사가 끝나고 나면 잠시라도 머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서둘러 집으로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조차 다양한 모습을 보는 셈입니다.

미사만으로 끝나야 하는 게 좀 아쉽지만

지금 당장에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조차 없기 때문에

그냥 멀뚱히 서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전부입니다.

그래도 가끔 한 마디라도 건네는 분들이 있어서 좋습니다.

이렇게 일요일이 또 다시 저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