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날이자 한국에서는 한가위 연휴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올해는 바이러스로 인해서 가족이나 친지 방문 그리고 고향 방문은
자제해 달라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고 있는 까닭에
다른 때보다는 움직이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차에 무임승차를 해서 걸린 사람들이
150명을 넘었다고 하니
이런 기회를 이용하려던 얌체 같은 사람들도 있었나 봅니다.
여하튼 어떤 기회라도 생기면
그걸 나쁜 쪽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기회주의자라고 하지요.
기회주의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고
사회적 비용은 더 많이 소모됩니다.
그런 사람들이 없을수록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존중 받는 그런 사회가 되겠지요.
아무튼 한국은 연휴의 시작이지만 여기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명절이라는 의미조차 희미한 마당에 연휴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한국의 명절보다는 독일의 휴일이 훨씬 더 의미 있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살아가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정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즐기는 삶에만 취해 있으니
최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후에도 저는 너무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어딘가를 방문하는 일이나 성사를 거행하는 일이 자주 없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일마저도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미사를 봉헌하는 일 이외에는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오히려 더 많아졌습니다.
이럴 때 좀 더 열심히 기도하고 신학서적들을 탐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보다는 좋아하는 일, 스스로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일에 몰두하는 경우가
더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허겁지겁 미사 강론을 준비할 때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묵상하고 좀 더 여유 있게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마음 한쪽으로는 신자분들에게 미안함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느슨한 삶이 주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쉽게 이걸 깨뜨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삶이 주는 달콤함이 너무 큰 까닭입니다.
그래도 조금씩의 변화는 필요합니다.
아주 작은 발걸음이라도 한 발 내딛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