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과 사랑

by 박철현 posted Jul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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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은 서로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입니다.

연민에는 이기심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이 식은 자리를 연민으로 메우면, 긴 앞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래 연애하다가 결혼한 부부가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는 말을 듣습니다.

연애를 오래했으면 서로 성격을 잘 알 터인데,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는 말은,

이른바 사랑이 사그라진 자리에 연민이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단거리이고 연민은 장거리입니다.

빚쟁이처럼 사랑을 내놓으라고 닦달하지 말고

서로를 가엾이 여기면서 살아가십시오.”

우리 신앙인들은 사랑의 유효기간을 연장시켜나가는 데

아주 좋은 조건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시들해갈 무렵,

다른 사람들은 그 고통, 그 결핍을 채우지 못해 방황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좋습니까?

인간에 대해서 실망을 느낄 때, 염증을 느끼고 좌절을 느낄 때,

찾아갈 때마다 반겨주시는 불멸의 연인, 영원한 연인이신

우리 주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 주님 사랑 안에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내서 사랑의 유효기간을 더 연장시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바로 그것이 영성생활이요 기도생활인 것입니다.

놀랍게도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 사이에서 주고받는 사랑 안에도

불사불멸의 사랑, 절대적인 하느님 사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한하고 나약하고 사멸하는 흙부스러기 같은 피조물인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인간끼리 주고받는 작은 사랑을 통해

무한한 신적 사랑에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참으로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까?

관건은 사랑에 대한 충실성, 사랑에 대한 지속성,

사랑에 대한 신의요 배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그릇 안에 있는 담겨 있는 순수하고 밝은 것,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지속적으로 내어놓는 행위야말로

참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