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어려운 일입니다.
지독한 구두쇠라고 비난 받던 사람이
알고 보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었음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고,
반면에 열심한 신앙인처럼 보였던 사람이
실제로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놀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가지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평가하기는 참 쉽지만
그 사람이 가진 십자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자주 드리는 이야기이지만
저 역시도 성당에서의 모습만을 보고 신자분들을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속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그다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4년째가 되어가지만
어느 정도는 거리감을 두고 지냈던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신자분들을 자극하거나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저는 가능하면 쉽게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저의 눈에도
가족을 최고의 순위에 올려놓고 가족의 일이라면
성당 일보다도 더 우선시하는 분을 볼 때도 있고,
가족들보다는 성당 일을 더 열심히 하시는 분을 볼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직장 때문에 신앙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시는 분을 볼 때도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은 다양합니다.
그래서 쉽게 사람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뭔가 어조가 거칠고 투박한 사람이
의외로 속은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인 것을 보게 되기도 하고,
늘 예의 바르고 예쁜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그런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습니다.
사기 사건을 보면 대부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모습으로 다가왔는데
어느 순간 사람을 속이고
그 사람을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면
어느 정도는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눈을 가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그 마음을 먼저 헤아릴 수 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것이 어쩌면 저에게는 필요한 일이라서 그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