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by 박철현 posted Mar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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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함부르크 대교구로부터 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가끔씩 신부님이 선종했다거나 어떤 교육이 있다는 메일이 오기는 하지만

저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일이어서

겉으로 대충 읽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첨부한 파일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14일과 15일 미사를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이곳에서도 바이러스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단은 회장단에 먼저 알려 미사가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바이러스가 점차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함부르크 대교구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일요일에는 저희 역시 주일미사가 없습니다.

발표시점이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모두들 동참하겠지요.

이제 각자 자가 격리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가 봅니다.

문서는 일단 주일미사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그 이후로 어떻게 될지는

다음 주 중에 스테파노 주교님께서 이야기를 하신다니까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함부르크 내의 확진자 숫자도 세 자리를 넘겼더군요.

정말 지독한 바이러스인 듯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학교나 유치원도 휴교를 한다고 결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한국은 어느 정도 불길이 꺼지고 있는 모양새인데

앞으로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람 때문에

또 골머리를 앓게 되겠네요.

시련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야 할 텐데,

오히려 불씨가 계속 살아나고 있으니 그게 더 걱정스럽습니다.

이러다가는 앞으로 사람들과의 접촉을 아예 기피하게 되는

그런 문화가 생겨날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 제 살 길을 도모한다.’는 뜻을 가진 이 사자성어는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진 사자성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작년에

직장인들이 제일 많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이기도 하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이 딱 각자도생의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찌 되었건 각자가 스스로 면역력을 키워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자도생이지만

이게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서로 돕고 협력하는 문화야말로

신앙인들에게는 더 적합하고 바람직한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사순시기가 올해는 유독 정말 진지한 의미의 사순시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사순시기를 특별히 잘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