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루

by 박철현 posted Mar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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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햇살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햇살이 눈부시게 만드는 건 요즘 들어 종종 있는 현상입니다.

겨울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비로소 날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냥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없는 건

여전히 세상이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탓입니다.

이 길고 긴 터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이

사람의 마음을 갑갑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일단은 햇살이 좋습니다.

해가 나온 게 기쁘고, 햇살 아래서는 따사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이 좋습니다.

아직은 겨울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봄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꽃들은 피고, 싱그러움이 넘쳐나기도 합니다.

개나리는 이미 활짝 피어 노란빛으로 물들이고,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은 세상을 정결함으로 채워놓습니다.

이런 봄의 향기에 바이러스도 묻히면 더 좋을 텐데 말입니다.

요즘에는 수요일 오전 미사에 요셉 마리아회 회원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몇 분이라도 왔을 때는

미사 후에 함께 커피라도 한 잔 하는 시간이 참 좋았는데

이제는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없습니다.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부모님들은

특히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더 큰일이니까요.

하긴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하는 일이니

오셔도 커피를 마시러 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레지오는 그런대로 꾸준히 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후에는 잠시 나갈 수도 있었지만 발길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방안에서의 삶에 완전히 적응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집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많다는데

저는 계속 일관되게 집에서 지내고 있으니

솔직히 바깥에 나가는 일이 생기는 게

저에게는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오히려 더 권장하는 일이니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합니다.

3월도 어느 새 중순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바뀌는 현재의 모습에

마음마저도 갈팡질팡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리는 건 아닐는지요.

3월의 중순이면 봄빛으로 물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회색빛 그대로입니다.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