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영향 아래

by 박철현 posted Mar 10,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번 주 토요일에는 오스나브뤼크 공동체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거기 회장님의 건의라고 하면서

오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카카오톡 문자가 왔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시기에 모인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저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으니 그렇게 하겠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여기 독일에서의 상황이

점차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미사마저 문제가 되는 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물론 독일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미사 중단이라는 극단적 대책이 나온 건 아니지만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4월 3일까지 미사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이탈리아는 지금 한국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2주간은 모든 게 중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바깥출입조차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러다간 독일도 곧 미사 중단의 소식이 들리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아무튼 지방공동체가 저에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살면서 여러 가지를 경험하지만

신자분들로부터 이런 건의를 들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사실 금요일에 있게 될 2구역 소공동체 모임도

소공동체가 알아서 결정을 하라고 이야기를 드렸더니

이번 달에는 쉬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덕분에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의 여유가 더 생겼습니다.

이런 때 어디를 돌아다니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왠지 덤으로 얻은 날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하루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 오는 것이겠지요.

그때까지는 계속 바이러스의 영향 아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일도 단 시간 내에 감염된 사람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많이들 걱정하고 있습니다.

학교도 곧 방학이 끝난다고 하는데

이탈리아나 베스트팔렌 지역에 다녀온 사람은

2주간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조치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아무튼 바이러스의 힘이 정말 상상 이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때도 직장에 가야 하는 사람이 있고,

공연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고, 출장을 가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정말 삶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이처럼 안타까움이 넘쳐 나는 시기에 다들 정말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어떤 삶의 자리에 있든지

그 모든 두려움을 거뜬하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로움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