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미사 봉헌

by 박철현 posted Mar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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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 지방공동체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16시에 가정미사로 봉헌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광완(토마스 아퀴나스) 형제님이 이사를 한 후, 오랫동안 공을 들였는데

아직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거기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로 한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보좌신부로 있었을 때,

딱 한 팀이던 레지오 단원 중에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맞벌이를 하던 부부는 자신들이 살 집을 오래 계획을 했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지어 나갔습니다.

부모님이나 다른 곳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

두 사람이 자립적으로 해내려고 노력했고,

제가 거기에서 나왔을 무렵에는 집의 외형은 거의 다 되었을 때였습니다.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니 이제 그 부부는 거기에서 살고,

어쩌면 자녀까지 두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때는 아마도 많은 경우에

젊은 부부가 스스로 집을 짓는 그런 일이 유행이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그런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어쩌면 땅 값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의 삶터를 이루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던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집을 마련하면 의미도 좀 더 깊어지고,

애착도 좀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거기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토마스 아퀴나스 형제님도 오랜 고민 끝에 집을 마련하고

점진적으로 집을 가꾸어가는 거기에 노력을 기울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브레멘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은퇴해서 지내기에는 딱 적당한 곳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집은 그렇게 좁지 않아,

브레멘 공동체 가족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기에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물론 식사를 할 때는 거실과 식탁으로 나뉘어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공동체 가족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여유는

충분히 있어 보였습니다.

뒤쪽에는 밭도 있고, 작은 정원도 있어서

여름에는 거기서 미사를 봉헌하고

야외 그릴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은 집주인이 초대를 해주셔야만 가능한 일이겠지요.

오랜만에 집 축복을 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 함부르크로 왔을 때,

가정방문과 더불어 집 축복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드렸는데

제 기억으로는 15가구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 외로 제가 방문을 하는 걸 꺼려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저 가정방문과 집 축복을 할 뿐,

음식이나 음료수 등은 사양하겠다고 해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그런 일을 겪어보지 않아서 낯설어서 그랬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저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서

조금은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성당문을 열어주실 분이 없었던 까닭에

어쩔 수 없이 다른 형제님 집에서

미사도 아닌 말씀의 전례 밖에는 할 수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제가 미사 준비를 해서 갔기 때문에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그 집에 하느님의 사랑은 은총이 가득 깃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