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물결

by 박철현 posted Mar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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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서서히 봄이 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여전히 바람은 차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봄내음이 살포시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미사를 봉헌하면서

요즘에는 반팔의 옷을 입고도 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해

봄이라는 계절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때가 되었지만

봄이 오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희망을 전해주는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일상의 삶이 늘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안에는 분명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의식이 그것까지는 완전히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늘 그런 것처럼 느낄 뿐입니다.

늘 방안에 있어도 때로는 바깥 공기가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두는 때도 있는 것입니다.

잠시나마 창문을 열어두는 시간이 없다면

방안은 그대로 답답한 공간이 되고 맙니다.

물 역시 흘러야 합니다.

흐르지 못하는 물은 썩어버리기 마련입니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해가 사해가 된 건 물을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내보내는 것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해, 즉 죽은 물이 되었다고요.

아마도 세상은 무언가 조금씩 변화할 때

그 의미도 더욱 생생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 년 내내 같은 계절이 계속되는 곳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곳이 좀 더 활기가 넘치나 봅니다.

똑같은 것의 반복이 아닌 변화가 함께 하는 삶,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회개라는 건 삶에 변화를 준다는 의미도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사순시기는 회개의 시간입니다.

다시 말해서 정체되어 있는 삶에 변화를 주고

웅크렸던 마음에 작은 활기를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는데 삶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 역시 반복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되도록 노력하는 부분은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 노력이 비록 미미하다 할지라도

부족한 부분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라 믿으며

조금씩 변화의 물결을 따라 갈 수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