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by 박철현 posted Mar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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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모임이 아무래도 꺼려지는 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미사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미사조차도 중지했는데

그저 미사에 오시는 분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프랑크푸르트 한인성당은 이미 2주간 미사 및 모임이 없다고 합니다.

점차적으로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여기 유럽에서도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차분히 집에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며 지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순시기와 더불어 찾아온 시련의 시간이 조금 혹독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금요일, 포르투갈 공동체는 공동으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더군요.

복도에서 기도를 하는 까닭에 누군가 의도치 않게 제 방 벨을 눌렀습니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복도로 나갔더니

기도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좁은 복도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는 걸 가지고 뭐라 할 수 없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닌데 하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아무튼 아직까지는 여기의 상황이 그리 심각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저렇게 함께 모여 기도를 드린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때이니 만큼

조금 자제하는 것도 필요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후에 잠시 Lidl에 다녀왔습니다.

너무 집안에서만 지내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필요한 것도 몇 개 사야 할 것 같아서 다녀왔는데

Lidl은 평소와 다름없었습니다.

체감으로 느끼기에도 여기는 아직 일상의 삶 그대로인 가 봅니다.

물론 함부르크 내에서도 세정제와 마스크의 경우에는

동이 나 버렸다는 기사도 있고,

심지어는 병원까지 침입해서

마스크를 훔쳐 간 사람도 있다는 기사도 있었지만

아무튼 겉으로 보이는 일상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것은

먼저 두려움이라는 녀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감염될 게 감염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민반응을 보일 이유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가 조심하고 만전을 기하는 일은 필요한 일입니다.

영국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혐오의 형태로 두려움이 등장한 적도 있던데

이런 부분이야말로 제일 경계해야 될 부분입니다.

이런 두려움은 현상을 직시하기보다는

오히려 회피하려는 성향 때문에 일어납니다.

현상을 직시하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거기에 두려움은 결코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는 말씀이

무엇보다 깊은 여운을 주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