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by 박철현 posted Mar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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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시간이 조금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루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야만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삶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될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와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계 종사자들도 그렇지만

찾는 사람들이 없어서 문을 닫아야 하는 수많은 가게의 주인들도

마찬가지 마음일 것입니다.

많은 일이 멈추어버렸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게 되는 세상,

바로 이런 세상이 어쩌면 어둠의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게 한국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어느 새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2주 정도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여기 이곳은 그 정도가 훨씬 덜한 편이지만

바이러스의 속성 상 언제라도 확산될 수 있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니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불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실감할 수 없는 불안감입니다.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도

그저 일상의 모습만 발견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어머니는 어떤지 보이스톡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계십니다.

그래도 너무 집에만 있기 갑갑하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운동장 쪽으로 잠시 산책을 갔다가 오시곤 한답니다.

그런데 가는 길뿐만 아니라 운동장에도 사람이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은 마산이 그렇다고 하는데 대구는 오죽 하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때에 저는 여기 함부르크에 있다는 사실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때 한국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한국에서 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의 왕래라는 게 완전히 없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평소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다만 요즘에는 한국의 뉴스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시간이 조금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느끼는 건지도 모릅니다.

성경에 나오는 말씀 중에 저도 자주 사용하는 구절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구절입니다.

결국에는 지나가게 될 일이지만

바로 지금 고생하고 힘겨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보니 함부르크 한인회에서도

한국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기 위해 모금을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렇게라도 도울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요.

어려운 시기이지만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시간은 어떻게라도 지나가겠지만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최소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