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되면 그냥 기분이 좋을 때가 많습니다.
일주일 만에 뵙게 되는 신자분들 때문에 마음 설레는 것도 있지만
뭔가 풍요로운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평일미사에 자주 나오시는 신자분들을 뵙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라면
일요일에만 뵙게 되는 신자분들도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신자분들도 있지만
그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이제 4년차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도
아직도 이름을 모르는 신자분이 있다는 건
솔직히 저의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그렇지만 저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일요일 1시간 남짓한 만남으로 모든 분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저에게 어려운 일입니다.
얼굴을 보면 신자분인지 아닌지는 알고 있지만
이름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건
그 동안 지내면서 그분과는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저의 게으름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요일 미사에 오셨다가 미사가 끝나면 금방 댁으로 돌아가시는
그 바쁨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천주교 신자분들은 참 얌전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저 조용하고 드러나지 않게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 부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먼저 저부터도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커피를 마시는 그 시간에도
저 역시 대하기가 편한 분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모습으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스스로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
다가가기 꺼려해서 그랬던 건 아닐까요.
어찌 되었건 이런 부분은 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분명 이런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은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미사 전에는 혹시 고해성사를 보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성당 뒤쪽에 서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고해성사를 보실 분들이 있으면 고해소로 들어가지만
그냥 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면 초를 켜 놓은 곳으로 가서 정리를 하기도 합니다.
폴란드 미사가 우리 미사 바로 전에 있기 때문에
그 즈음이면 수많은 초들이 켜져 있습니다.
초 봉헌을 많이 하는 탓에 초를 놓을 수 있는 자리뿐만 아니라
그 옆에까지도 수많은 초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초들 가운데는
가끔 제대로 켜져 있지 않거나 꺼져 있는 초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럼 다시 초에 불을 켜지만
어떤 초들은 불량이어서 더 이상 켜지지 않는 초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분명 초를 켤 때는 어떤 소망을 담아서 초를 켰을 텐데
그 초가 제대로 타지 않았다는 사실을 초를 켠 분들은 알고 있을까?’라고요.
초를 켜놓고 잠시 기도를 하셨을 테지만
그래도 조금 더 머무르며
내가 봉헌한 초가 잘 켜져 있는지 좀 더 확인하시면 좋을 텐데
그저 켜는 일만 중요하게 여겼을 뿐
자신의 초가 불을 잘 밝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이처럼 뭔가 좀 더 머무른다는 의식들이
신자분들에게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성당에서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낼수록
예수님과의 친교, 사람들과의 친교가 더 깊어져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