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by 박철현 posted Jan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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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그냥 기분이 좋을 때가 많습니다.

수요일 오전 평일미사 때 신자분들이 제일 많이 오시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오전의 시간이 밤 시간보다 편한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좀 더 준비를 잘 해서

신자분들에게 더 좋은 이야기를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사시간이 다 되어서

미사를 봉헌하러 나갈 준비가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그나마 조금 일찍 일어난 편인데도

어영부영 하다 보니

어느 새 만남성당으로 가야 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확실히 여유를 누리는 건 좋은데

너무 여유를 부리는 건 지양해야 할 일이 아닌 가 싶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밤에 늦게 잠자리에 들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괜찮을 텐데

꼭 새벽이 되어야만 잠들게 되니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습관 때문에 쉽게 바꾸지 못하는 약점이기도 합니다.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솔직히 늦게 잠들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습관의 힘은 고집스럽습니다.

일단 고착이 되면 도통 바뀌려 하지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 시간이 되어야만 잠자리에 드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북신성당에 있을 때 일요일에는 새벽에 미사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토요일 밤에는 의식적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대부분 중고등부 주일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밤에 나가게 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22시 이전에 집에 들어오고자 했고,

그래서 자정을 넘기기 전에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렇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새벽미사가 없는 여기서는 그럴 이유가 없으니

자연적으로 늦게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굳어져버린 것입니다.

이러다가 혹시 한국에서 새벽미사가 있는 성당으로 가게 되면

그 전날에는 좀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익히게 되겠지요.

아무튼 사람은 그때그때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가 봅니다.

윤리신학적인 측면에서 개신교 쪽에서는 상황윤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윤리라는 것이 때때로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윤리 안에서도 사랑이라는 원칙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이야기합니다.

습관은 바뀔 필요가 있겠지만

원칙만큼은 유지하고 살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