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배달

by 박철현 posted Jan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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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으로 달력을 전달하기 위해서 다녀왔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합니다.

그냥 소포로 부치면 될 일인데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소포비용이 기차비용보다는 저렴할 테고,

굳이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달랑 소포만 부치는 일이

지방공동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전달하러 간 것입니다.

물론 제가 지방공동체로 가기 전에 달력이 왔다면

지방공동체로 갈 때 가져가면 되는데

달력이 항상 때를 맞추어서 도착한 게 아니라서

오스나브뤼크로 갈 때는 가지고 갈 수 있었지만

브레멘으로 갈 때에는 달력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한 번 더 브레멘으로 향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2월에 가져가면 너무 늦을 테니까요.

하노버 공동체는 토요일에 가게 되지만

어제 세례 전 면담이 있어서 가는 길에 달력을 가지고 갔습니다.

토요일에는 그래서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브레멘까지는 거리도 그리 먼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직접 가져가는 것도 좋을 듯 싶었습니다.

달력을 받으실 분이 역으로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실 가기 전부터 마중을 나오시는 분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갔습니다.

그래서 약속도 점심시간 가까운 시간을 맞춰 잡은 것입니다.

사실 지방공동체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대접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지방공동체로 미사를 갈 때에도

미사를 하고 나면 공동체 가족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게 되고,

그리고 음식 나눔을 하고 나면 바로 되돌아와야 하니

지방공동체 가족들을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세례명을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여기 함부르크 신자분들 중에서도

주일미사만 오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세례명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저의 관심이 부족해서 그럴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누가 마중을 나오든

점심식사를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그분 댁에 가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어느 새 꽤나 흘렀습니다.

탈 수 있는 기차가 16시 58분에 출발하는 RE41번 기차였습니다.

그 기차를 타면 18시 26분에 함부르크에 도착을 하게 되는데

목요일 미사 준비는 제가 늘 해온 터라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두 분의 사목위원께 연락을 드렸는데

응답이 없어 늦더라도 내가 해야 되는구나 하고 생각을 하면서

기차를 탔습니다.

다행히 기차는 거의 정시에 함부르크에 도착을 했습니다.

만남성당으로 급하게 오니

이미 몇 분의 신자분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기차를 타야 할 시간을 의식하지 않았으니 저의 불찰입니다.

아무튼 미사 준비를 서둘러 해서

저녁미사를 봉헌하는 일은 차질이 없었으니 다행입니다.

오후엔 느긋했는데 갑자기 숨 가쁘게 보낸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