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같지 않은 겨울

by 박철현 posted Jan 14,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겨울 같지 않은 겨울.

요즘의 함부르크가 바로 그런 날씨에 딱 맞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난히 춥지 않은 겨울,

눈보다는 비가 더 많이 내리는 게 이번 함부르크의 겨울 날씨입니다.

굉장히 추운 것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는

지금의 계절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바깥출입이 늘어난 건 또 아닙니다.

방을 벗 삼아 지내는 건 여전합니다.

그래도 저는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걱정합니다.

어쩌면 함부르크의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건

지구온난화와도 관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전에는 호수가 얼 정도로 추웠던 적이 있다고 하던데

저는 아직까지 그런 추위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좀 더 아래쪽에 있는 오스트리아가 훨씬 추웠던 것 같습니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게 이상하듯

사람도 때로는 품위와 품격이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부님들은 신부님다울 때 신자들도 편안할 것이고,

선생님은 선생님다울 때 학생들은 선생님을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은 학생다운 패기와 열정이 있을 때 더 아름답고,

어르신은 어르신다운 지혜와 여유가 넘칠 때 멋지게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가끔씩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아닐 텐데

자신의 품격을 뛰어넘거나 거기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애늙은이를 만날 때도 있고,

어르신 중에서 철없는 아이보다 더 대책 없는 분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은 모두 다릅니다.

그래도 겨울이 겨울다운 게 아름답듯이

자신의 품격에 어울릴 때 좀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은 함부르크 기온이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토요일부터 새벽기온이 1도까지 내려간다는 예보를 보았는데

그래도 영상입니다.

이렇게 포근한 겨울인데도 혹시라도 바깥에 나갈 일이 있으면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움츠러들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온을 느끼는 건

때때로 상대적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기록적으로는 포근한데

마음은 춥다고 여긴다면 추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요즘은 이런 기후 때문에

감기라는 녀석도 제 세상을 만난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