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를 선 아이들 때문에 미사시간에 웃음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보고 웃는다는 건 실례이지만
복사를 서는 아이들이 나름대로는 열심히 서고 있는데
우왕좌왕할 때는 그 모습이 귀엽습니다.
아직은 어설프고 실수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배우고 또 익히게 되는 게 복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복사를 설 때 가장 중요한 건 호흡입니다.
두 명이든 네 명이든 복사들은 서로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합니다.
한 명은 가고 또 한 명은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두 명이 하나인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복사들은 일차적으로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과도
호흡이 잘 맞아야 합니다.
신부님이 제대를 향해 인사할 때 같이 인사하고,
신부님의 앞에서 행렬하는 일은 신부님과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신부님은 물과 포도주가 필요한데
손 씻을 물과 수건을 가져온다거나,
제 때 종을 치지 못하는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사는 조금쯤은 긴장감을 지니고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경직되는 건 안 되겠지요.
아무튼 몇 번 복사를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많은 성당에서 어르신들이 복사를 서고 있는데
우리도 흰머리 소녀들에게 기회를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오늘 복사를 선 4명의 아이들은
미사 전부터도 이렇게 저렇게 지시를 하고 그것을 기억하느라 정신이 없더니
정작 미사 때에는 조금의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실수는 화를 유발하는 실수가 아니라
미소를 멈출 수 없게 하는 그런 실수였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느냐 없느냐는
어떤 사람을 바르게 이끌기도 하고 아니면 실패자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다듬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매번 반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수를 통해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늘 같은 자리만 맴돌고
결국 바로 그 자리에 화석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저 역시 어떤 실수는 되풀이해서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되풀이하는 실수가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어쩌면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