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를 모르는 사람들

by 박철현 posted Jan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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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나브뤼크에서 함부르크로 되돌아오면 새벽 1시입니다.

지난번에도 이야기를 드렸지만

오스나브뤼크에서 20시 전후로 출발하는 기차가 없고

21시 29분에 브레멘으로 가는 기차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들이 적게 기차에 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탄 기차 칸에는

저 혼자만 앉아서 브레멘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인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해서 둘러보니 저 이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공포영화는 아닙니다.

그냥 조용해서 잠들 듯 말 듯한 상태에서 브레멘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브레멘에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22시 51분이 되는데

잠시 기다렸다가 11시 15분에 출발하는 RE41번을 타고 함부르크로 옵니다.

함부르크 중앙역 도착시간은 0시 46분,

그리고 집까지 오면 새벽 1시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튼 함부르크로 오는 기차는 정차하는 역들이 많기 때문에

수시로 어디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쉽사리 잠들 수 없습니다.

제가 탔던 칸에는 세 사람 정도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때는 더 많은 분들이 탔었는데

아무래도 지금 이 시기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시기인가 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조용한 가운데 기차를 타고 왔는데

스프뢰츠, 부크홀쯔, 두 역에서 조금은 젊어 보이는 듯한 사람들이 탔습니다.

그때부터 기차 안은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조금은 성가셨습니다.

물론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웅성웅성 하는 소리 때문에 살포시 잠을 청했던 저는

그만 포기해야 했습니다.

평소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시간이 벌써 자정을 넘긴 시간인데

다른 승객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조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텐데

젊은 친구들은 그런 예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탄 기차 칸이 Ruhe 전용 칸은 아니지만

그래도 늦은 시간이고

기차 안에서 지켜야 할 예의 같은 게 여기서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짜증이 났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칸으로 옮기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조심성 없이 이야기하는 건

확실히 예의 바른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에도 이야기를 드렸지만

이 늦은 밤에 거기에서 타는 젊은 사람들은

함부르크로 되돌아가는 길인 걸까요,

아니면 함부르크의 밤을 체험하기 위해서 가는 길인 걸까요.

그래도 브레멘 축구 팬들이 타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축구 팬들이 탈 때는 더욱 가관인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니까요.

아무튼 여기서도 예의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을

특히나 밤기차 안에서 더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