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by 박철현 posted Jan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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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에서 달력이 도착했습니다.

소포 때문에 세관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제가 가지 않고 매번 회장님께서 수고를 하시는데

저는 솔직히 여기 세관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희 공동체로 오는 소포는 매일미사 책이 아니면 달력뿐입니다.

그런데도 달력이 올 때면 꼭 세관에서 영수증을 가지고 오라느니 하면서

애를 먹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분들의 일이라는 걸 이해하면서도 답답할 때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세관원마다 차이가 나는 점도 문제입니다.

어떤 세관원은 배려를 해주기도 하는데

어떤 세관원은 정말 깐깐하게 구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법적인 소포의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걸 알고 있지만

적어도 천주교만큼은 존중해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세관원이 신자이든 신자가 아니든

적어도 성당으로 오는 소포만큼은

내용물이 확인된다면 존중하고 배려해 주는 편입니다.

적어도 천주교 공동체는 불법적인 일을 벌이지 않는다는

신뢰가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배려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신념 때문에 그렇겠지만

달력과 매일미사 책에도 세금을 매기려고 하는 처사는

불만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달력을 팔겠다는 것도 아니고

신자분들 가정에 하나씩 나누어주려고 그러는 것인데도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서는 건 조금 너무한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세관원의 말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독일 내에서 달력을 주문 제작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렇게 따진다면 할 말은 없지만

한국처럼 저렴한 가격에, 그것도 좋은 품질로 달력을 제작할 수 있다면

예전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으니 한국에다 주문하고 제작을 하는 것입니다.

여하튼 달력이 올 때마다 세관에 불려가서 실랑이를 벌이는 건

좀 아니다 싶습니다.

5박스나 되기 때문에 회장님 혼자서 다 차에 실을 수 없었는데

누군가가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만남성당에 와서는 회장님께서 저에게 부탁을 하셨기 때문에

5박스 모두 만남성당으로 옮겨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걸 다시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예수 성심 성당으로 가져가야

신자분들에게 나누어드릴 수 있을 테지요.

한국에서는 달력을 나누어 주는 일이 구역장님의 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구역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구역장님들이 구역 신자분들 숫자에 맞게 가져가서

각 가정에 나누어주었지요.

여기서도 그렇게 할까 하다가

여기 함부르크에서는 구역장님들이 계시지만 너무 넓은 지역이어서

주일미사 때 오시는 분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이 좀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달력을 기다리신 분들이 많을 텐데 이제라도 도착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