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입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미사에 과연 몇 분이나 오실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대축일이어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지만
평소와 다를 것이 전혀 없는 그런 날이고,
본격적인 위령 성월 미사는 내일 묘지 경당에서 봉헌할 것이기 때문에
미사에 오시려면 내일 미사에 좀 더 많은 분들이 오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이 미사에 참여하셨습니다.
물론 미사 후에 곧바로 어버이 합창단 연습이 있기는 하지만
합창단 단원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무엇보다 11월을
이렇게 흐뭇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사 참여를 위해 오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1월 1일이 휴일입니다.
그리고 11월 2일을 휴일처럼 보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전에 이야기를 드렸다시피
11월 1일은 대축일 미사보다 묘지 축복식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입니다.
그야말로 우리의 추석이나 설날 같은 날입니다.
푈라우 성당과 푈라우베르그 성당 두 곳에 묘지가 따로 있기 때문에
주임신부님은 푈라우 성당 근처의 묘지에,
저는 푈라우베르그의 묘지로 오후에는 나갑니다.
푈라우베르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묘지도 경사가 제법 있습니다.
그 묘지 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신부님과 복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묘지에 도착해서 신부님은 간단한 말씀의 전례를 하고
묘지 축복을 하기 시작합니다.
묘지에 성수를 뿌리는 예식입니다.
묘지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면서 성수를 뿌립니다.
조금 여유를 두고 천천히 진행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모든 묘지에 성수가 닿을 수 있도록 주의해 가면서 뿌려야만
실망하는 분들이 생기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묘지 축복을 하고 나면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혀져 있는 5유로나 10유로를 꺼내서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그러면 괜히 미안해집니다.
금액으로는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그렇게 주시는 분들도 아주 가끔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면 어깨가 살짝 시큰거립니다.
묘지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용을 쓴 모양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들도 많았습니다.
아빠나 엄마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이 있으니
왠지 음습한 느낌이 드는 묘지 주변도 한결 밝아졌습니다.
그래서 묘지가 주는 죽음의 냄새보다는
희망의 밝은 공기로 가득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가족들이 가져온 신선한 꽃들과 하늘거리는 초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건 오스트리아에서는 큰 행사 중의 하나였습니다.
모든 성인의 날은 그래서인지
오스트리아에서의 추억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