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왔다 갔다 하는 날이었습니다.
어제는 저의 축일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라파엘, 미카엘, 가브리엘 대천사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미사 후에 전체 신자분들에게 비빔밥을 대접했습니다.
첫 해에는 국수를 대접했는데
면 삶기가 쉽지 않고, 면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버리기 때문에
봉사하시는 분들의 조언을 따라 작년부터는 비빔밥으로 바꾸었습니다.
비빔밥 재료를 집에서 준비해 오면
성당에서는 밥만 하면 되니 그게 조금 더 나은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는 요셉 마리아회 젊은 엄마들에게 부탁을 드렸는데
올해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에
한 쁘레시디움 단원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음식준비까지 하면 더 좋겠지만
저는 요리에는 영 재능이 없는 터라 비용만 부담하고
재료준비를 할 수 있는 분들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튼 봉사자들이 수고한 덕분에
비빔밥 잔치는 성황리에 이루어졌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생각보다는 적은 분들이 비빔밥 나눔에 참여하셨다는 점입니다.
미사 후에 바로 가신 분들도 있었지만
9월 말이라는 시간적인 이유 때문인지 미사에 참여하신 분들도
평소보다는 줄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 소문이 난 잔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축하의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각 단체와 개인적으로 미사를 봉헌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신부가 축일을 맞이하게 되면 신자분들은 기도하느라 좀 더 바빠집니다.
그 기도에 감사를 드리면서
역시 신부는 신자분들의 기도 덕분에 사는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물론 그 기도들은 의무나 지시에 따른 기도들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생각해 보니 벌써 2년 9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보통 4년에서 5년 정도 함부르크에서 소임을 맡게 되니
이제 반환점을 돈 셈입니다.
중간 정도 살아온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자랑스러움보다 부끄러움이 더 많지만
그래도 비교적 큰 탈 없이 지내온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 모든 건 신자분들이 잘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겠지요.
어제는 그래서 비도 내리고 날도 우중충했지만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 좋은 기분으로 이번 주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비가 계속 내렸다 멈췄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증이 나지 않았던 건
아무래도 어제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하느님의 은총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