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한국드라마에 푹 빠져서 지내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보좌신부 생활을 할 때,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드라마가 가진 특징 중의 하나가
한 회가 끝날 즈음에는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하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쉽게 끊을 수 없습니다.
요즘에는 그래도 드라마가 16회 정도에서 끝나기 때문에
계속 틀어두어도 크게 지장이 없는데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는 104부작이었습니다.
그러니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드라마 화면에만 얼굴을 고정시킨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미사 드리러 가는 시간, 식사하러 가는 시간,
급히 나가서 어떤 일을 처리해야 하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늘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한 편이 끝나면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 그런 궁금증 때문에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제외하면 도무지 컴퓨터를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끝까지 보고 나서는
이것 때문에 그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 것인가 하는 허무감도 느껴졌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보여준 긴장감과 감동적인 장면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그 이후로는 드라마를 보더라도
조금은 절제하면서 볼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끝까지 다 봐야 하는 그 성향 때문에 다른 일들은 제쳐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다시 드라마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추리물이나 형사물, 아니면 법정 드라마를 선호합니다.
오늘까지는 웰컴2라이프라는 드라마를 마스트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어제 끝난 드라마이기 때문에 오늘 마지막 세 편을 몰아서 봤습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너무 작위적이어서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그냥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적당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드라마들은
한국의 현재 상황을 은근히 암시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과 비교해서 봐도 좋고, 나름 생각할 거리도 제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악역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 권력의 힘으로 나쁜 일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데 반해
주인공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결정적인 부분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구조를 비슷비슷하게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의 긴장감을 더 높이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장르물이 가진 한계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너무 빠지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바보상자 속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요.
확실히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 적당이라는 기준이 조금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지혜를 지니고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