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교좌성당에서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미사와
성체 거동 행렬이 있었습니다.
19시에 미사를 봉헌해서 거의 21시가 다 되어서 끝났으니
3시간이나 걸린 긴 미사였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그런데 주교좌성당에서 미사를 할 때마다 저는 굉장히 분심이 됩니다.
첫 번째는 오르간 반주자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전례를 배울 때,
미사 때 오르간 반주는 꼭 필요한 부분만,
그리고 미사전례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오르간 반주가 너무 깁니다.
성가에 들어가는 부분도 그렇고,
그리고 제대에서는 성찬의 예식을 할 준비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반주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못마땅합니다.
오르간 반주자가 훌륭하게 반주를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굳이 미사 때 표현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사의 중심은 예수님이시고, 오르간 반주자는 협조자일 뿐입니다.
그런데 여기 주교좌성당의 오르간 반주자는
자신이 마치 미사의 중심인 것처럼 연주를 하니
저에게는 솔직히 그게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는 보편지향기도를 하신 독일 신자분 때문입니다.
이분은 지난번에도 보편지향기도를 할 때,
보편지향기도의 형식에 맞지 않게 하더니 이번에도 그렇게 하시더군요.
보편지향기도 때 람페두사 사고 이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셨던
그 기도문을 낭독하셨는데
보편지향기도의 형식은 간결하고
지향하는 바가 뚜렷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예의입니다.
다시 말해서 교황님께서 하셨던 그 기도문은
다른 기도모임에서는 함께 바칠 수 있는 훌륭한 기도문이기는 하지만
미사 때 바칠 수 있는 기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기도문이라도
언제 어느 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사 때 드리는 보편지향기도는 공동체의 소망을 소박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길게 기도를 한다거나 어떤 기도문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은
미사의 성격을 침해하는 경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기도문이 미사의 중심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서 솔직히 저는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주교님께서 봉헌한 제물, 즉 빵과 포도주에 분향할 때,
제대를 한 바퀴 다 도는 모습도 전례적으로 틀린 부분이고,
사제가 제대 앞쪽 다시 말해서 신자들에게 등을 보이는 모습 역시
전례적으로 틀린 부분인데 여기 주교좌성당에서는 종종 보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여기 전례 담당자는
아직 좀 더 배워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함부르크 대교구는 역사가 짧은 만큼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주교좌성당의 미사가
기쁨과 행복의 자리가 아니라 짜증과 투덜거림의 자리가 되어
미사의 진정한 의미를 덜 맛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함부르크 대교구의 주교도 아니고
주교좌성당 주임신부도 아니라는 사실이 더없이 다행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확실히 저는 다른 부분에서는 좀 더 이해의 폭이 넓은 편인데
미사에 관해서만큼은 좀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미사의 중심에는
늘 예수님이 계셔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주교좌성당 미사는 저에게는 조금 불편한 자리입니다.